정부에 경종 울린 국책연구원 “보유 주택 수량에만 천착한 정책 충분한 검증없이 임대차 3법 강행 시장 억누른 정책은 국민 저항 불러 가격 통제가 주요 목표되어선 안 돼”
지난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부동산 실정 책임을 국민한테 떠넘기고 징벌적 과세 수준의 규제 카드를 빼들었다는 분석이 국책 연구기관에서 나왔다. 부동산 정책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넣는 데 있어야지 억누르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특히 연구팀은 ‘퇴로 없는’ 부동산 정책이 국민 저항만 부를 것이라면서 현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경종을 울렸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제출된 협동연구총서 ‘부동산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점 대응전략’에 담긴 내용이다. 지난해 8월부터 1년여간 국토연구원과 주택금융연구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공동연구한 것이다.
보고서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과 관련한 정책을 설계할 때 정부에서 장악하고 있는 공공 부문부터 제대로 설계했어야 하는데, 경영평가가 보편화된 이래 공공 부문 역시 수치화·계량화된 실적과 성과에 매몰되면서 차익과 폭리를 노리는 ‘악덕 투자자’와 다르지 않게 되었다”고 비판했다. 또 정치가와 공직자들이 실적과 성과를 내기 위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조장하거나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부동산 명목가치의 상승에 따라 경제도 성장한 것 같은 착시가 생기는데, 실수 또는 부정부패를 감추고 싶은 정치인과 공직자들로서는 잠시라도 생색낼 수 있어 좋다”며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경직된 현재 시점에서는 가격 급등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고 있지만, 원가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실질소득의 한계와 시간의 경과로 인해 이 가격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것임도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정상화되면서 겪게 될 비극적 결말을 애써 부정하며 다들 현재에 매달리고 싶을 뿐”이라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지금이라도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가와 공직자들부터 각성할 필요가 있다”며 “부풀 대로 부풀려진 비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을 유지하여 환상을 조금이라도 더 지속시킬 것인지, 아니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을 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29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 연합뉴스
보고서는 부동산 시장 대응과 관련, “핵심은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있어야 하는 것이지, 시장을 억누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부동산 가격을 통제하는 것이 주된 정책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이른바 거래절벽이나 매물잠김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통 및 소비와 관련한 규제와 조세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정부 들어 부동산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주요 요인으로 꼽은 ‘다주택자’ 개념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문제를 삼았다.
사진=연합뉴스
어느 정도 또는 규모의 주택을 ‘지나치게 많이 가졌다’고 할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나 사회적 합의 없이 등기부상 복수의 주택을 명목상 소유한 것만으로 다주택자라고 규정하고,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세 중과의 핵심 표준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현정부는 보유주택의 수량에만 천착한 ‘다주택’이라는 관념을 일방적으로 부동산정책에 투입·고수하고, 충분한 정책검증 과정없이 임대차 3법을 강행함으로써 스스로 소유자 적대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이미지에 갇히게 된 측면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