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프로그램이 ‘뚜쟁이’ 역할을 한 시초 같은 프로그램은 ‘사랑의 스튜디오’였다. 짧은 시간이지만 질문과 답변을 통해 상대를 평가하고 마음에 드는 이성과 연결되는 ‘스튜디오형 커플매칭’이었다. 만 7년 넘게 이어진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이후에 나온 커플 매칭 프로그램은 ‘동거형 리얼리티’ 형식이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2011∼2014년 SBS에서 방송됐던 ‘짝’. 남자1호, 2호, 3호 등 개인 정보를 가린 채 같은 공간 안에서 며칠을 밥을 짓고, 술을 마시고, ‘비교 데이트’도 하면서 최종 선택을 하는 형식이었다.
티빙의 ‘환승연애’는 이별한 커플들이 모였다. 정확히는 이별한 커플 5쌍이 동반 출연했다.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모여 지나간 사랑을 되짚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나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내세웠지만, 파트너 체인지도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게다가 전 연인 ‘X’의 취향이나 연애 스타일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고 조언까지 해준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인은 전 애인의 새로운 사람과의 데이트에 괴로워하기도 하고, 전 연인에게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치기도 한다. 반응은 엇갈렸다. 인터넷에서는 “헤어진 후 식어가는 연애의 온도 차이를 잘 보여준다”, “잊었다고 생각해도 현실로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등의 호평과 “잔인한 체인지 파트너”, “안 보면 잊히는데 상처를 후벼판다” 등 악평이 오가고 있다.
◆확장성? 자극성? … 논란은 진행 중
카카오TV ‘체인지데이즈’는 ‘커플 새로고침’을 내세웠다. 이별을 고민하는 커플들이 다시 한번 예전의 설렘을 찾기 위해 나선다는 내용이다. 10년간 장기 연애를 해 온 커플, 대학교 캠퍼스 커플, 사내 연애 커플까지 다양한 연인들이 갈등과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각자의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이재석 PD는 “세 커플은 특이하거나 독특한 분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 흔히 있는 연애를 하는 분들”이라며 “나도 그랬었지, 내 친구가 저런 상황이지, 하는 포인트들을 담아냈고 시청하시면서 이들의 고민에 같이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강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결혼 전 연애와 이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다. 기존에는 일반인이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측면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럽스타그램’ 등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도 방송을 통한 연애와 이별을 보여주는 데 큰 거부감이 없어졌다”며 “젊은층이 소개팅 대신 앱을 통한 만남을 많이 하는 요즘 시대에 ‘사랑의 스튜디오’와 같이 차 한잔 마시면서 ‘선을 보는’ 점잖은 방송보다는 리얼리티에 충실한 방송이 더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커플 매칭 프로그램이 종종 있었다. 그 ‘끝판왕’ 같은 프로그램이 바로 ‘템테이션 아일랜드’. 이미 20년 전부터 이어져온 이 프로그램은 ‘커플 브레이킹’을 통한 커플 탄생이라는, 파괴를 통한 재창조에 충실했다. 국내에서는 왓챠에서 방영 중이다. 다만 국내에서 이 정도의 극단적인 연애프로그램은 어려울 전망이 높다.
강 평론가는 “인위적인 ‘선택의 시간’ 등 쇼적인 측면을 많이 넣는 한국의 방송 스타일이 기존에 비해 자극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의 보수성은 아직 존재한다”며 “관계 자체의 자유로움과 실제 선택에서 이들의 평등성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