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저항세력 만세” 외치는 아프간 女 시위대에... 탈레반, 기관총 발사

채찍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 대학 근처서 시위하는 여성들 때리기도
7일(현지시간) 탈레반 대원들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서 진행된 시위대를 진압하고 있다. 카불(아프가니스탄)=AP/뉴시스

 

탈레반이 여성 인권 존중을 주장하는 여성 시위대를 잔인하게 진압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영국 더선은 7일(현지시간) 탈레반 무장세력이 여성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기관총을 장착한 트럭에 탄 채 총격을 가하는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수백명의 아프간 시위 참가자들은 손팻말과 아프간 옛 국기를 흔들며 “자유”를 외쳤다. 이들 중 일부는 수도 카불 북쪽에 있는 판지시르주의 저항군을 응원하며 “저항세력 만세”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를 마주한 탈레반은 그들의 총기를 공중으로 발사하며 시위대를 해산하려 했고, 다른 이들은 경찰 픽업 트럭을 훔쳐 타 사이렌을 울리고 해산 방송을 했다. 또 채찍으로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은 대학 근처에서 시위 중인 여성들을 때리기도 했다.

 

아마지 뉴스 통신은 탈레반이 지하 주차장에 있는 한 무리의 여성들이 시위대에 합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몰이하듯 잡아갔다고 보도했다. 시위대의 행진을 취재하던 카메라맨과 기자들 또한 탈레반에 억류돼 알 수 없는 장소로 옮겨졌다고 했다.

 

거리에 있던 한 여성은 이란 TV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정부가 가난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이 사람들은 전혀 인간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발흐주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여성 권리 보장 촉구 시위에 참석한 여성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앞서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여성 고위 경찰 간부, 공무원 등을 직위에서 쫓아냈고, 임신한 한 여성 경찰관은 그녀의 아이들 앞에서 처형당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 로브를 입게 하고, 얼굴에서 눈만 드러나게 하는 니캅을 착용케했다. 한 여성은 부르카(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옷)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리에서 총살당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또 아프간 내 대학에서는 남녀가 분리돼 교육받도록 했고 여학생들은 여교사에게만 수업을 받도록 했다. 불가피한 경우엔 검증된 노인 남성이 교육하도록 했다.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 집권 당시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적용해 여성의 참정과 노동, 교육의 기회를 제한했다. 최근에도 여성의 인권 보호를 약속하긴 했으나 ‘샤리아 안에서’라는 전제조건을 걸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