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와 손잡는 美 국방부

軍 첨단기술로 무장 필요성 커져
빅테크기업 방산시장 경쟁 치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P=연합뉴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와 펜타곤(국방부 청사) 간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 군부대가 첨단기술로 무장할 필요성이 커지며 빅테크 기업들이 방산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들이 방산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방 사업에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같은 첨단기술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일례로 MS는 올 상반기 미 육군에 홀로렌즈 증강현실(AR) 헤드셋을 보급하는 219억달러(약 25조5113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MS는 아마존과 국방부의 ‘합동 방어 인프라 사업’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빅테크 임원진이 대거 합류한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NSCAI)’도 국방부의 등을 떠밀고 있다. NSCAI는 2018년 출범한 민관 합동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방 관련 AI 기술의 개발·검토를 위해 만들어졌다. 의장은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다. NSCAI는 올해 3월 756쪽짜리 보고서에서 “실리콘밸리와 미 정부가 협력하지 않으면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이미 AI 분야에서 미국과 비슷한 수준을 이뤄 이를 군사력에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국방부의 첨단화를 역설하는 NSCAI를 지지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7월 열린 NSCAI 회의에 참석해 “미국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줬다”며 위원회 위원들을 격려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AI 군대’ 같은 첨단 국방 사업을 강조하는 건 시장 규모를 키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앤드류 헌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빅테크들은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15위 정도나 하려고 시장에 진출한 게 아니다”며 그들의 야심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추세가 이미 ‘공룡’이 된 빅테크를 견제할 수 없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쇼샤나 주보프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빅테크들은 중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묘사하며 자신들이 현 상황을 타개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한다”며 “그러나 실상 더 큰 위협은 그들의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 등”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