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홀은 빛나고, 예비부부는 빚지고. 빛나지 못한 결혼식, 빚만 가득할 결혼식”
‘빛나는 결혼식’을 꿈꿨던 예비부부들이 빚 걱정을 하며 거리로 나섰다.
예비부부들은 갑작스러운 지침 변경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물론 보증인원이나 답례품 문제로 인한 금전적 손해 등 이중고를 호소했다. 이달 말 결혼식을 앞둔 김모(27)씨는 하객들에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에서 서울까지 오시는데 음식이라도 대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미룰까 고민하다 49명만 초대하기로 했다”며 “나누면 25명, 24명이라 한 가족당 1명씩 오시라고 말씀드리는데 너무 죄송하고 스트레스가 커 살면서 처음 흰머리가 나고 잔병치레까지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비신부 이소진(27)씨는 “결혼식(다음달 2일)이 현행 거리두기 지침이 끝나기 딱 하루 전이라 눈치를 보는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왜 이 시국에 결혼을 하냐는 말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 결혼 준비를 했는데 시국이 이렇게 된 거다. 제발 예비부부들 얘기 좀 들어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예식장과 계약할 때 식사를 하지 않아도 식대를 내야 하는 보증인원 문제는 이들 예비부부의 피해를 가중한다. 서울 소재 예식장의 평균 최소보증인원은 250∼300명 수준이다. 최소보증인원을 250명으로 계약한 예비부부라면 49명에게 식사 초대를 할 경우 201명의 식대를, 식사 없이 99명을 초대하면 250명의 식대를 내야 한다. 5만원짜리 식사라면 최소 1005만원, 최대 1250만원을 손해보는 셈이다.
질 낮은 답례품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예비부부들을 화나게 한다. 다음달 초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조모(30)씨는 최소보증인원 250명에 식대 6만6000원, 대관료 500만원에 예식장과 계약을 했다. 조씨는 “지침이 바뀌고 바로 상담을 갔는데 보증인원에서 20%(50명)를 줄여주겠다며 선심을 쓰듯 말했다. 예식장에서 식사 대신 지급하자는 답례품을 검색해보니 7000원짜리였다”고 토로했다. 그는 “식사를 제공하고 49명을 초대하면 답례품 비용 1000만원가량을 예식장에 주고 151명에게 7000원짜리 와인을 줘야 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연합회는 △면적과 규모를 고려한 결혼식장 입장객 인원 조정 △백신 인센티브 적용 △실제 입장가능 인원과 결혼식장 보증인원이 같도록 하는 행정명령 하달 △답례품 강매 등 소비자 보호 정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회는 “결혼식이 일회성 행사라는 점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며 “이미 식을 치른 신혼부부도 연합회에 계속 동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예식장 관련 방역지침이 바뀔 때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항의 시위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