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자유’ 꽃폈던 아프간… 탈레반 재집권 후 탄압 수위↑

‘에틸라트로즈’ 기자들 시위 취재하다가 붙잡혀 폭행당해
20년간 번성했던 미디어 산업, 순식간에 나락으로
1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매체 ‘에틸라트로즈’ 소속 기자 두 명이 탈레반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며 상흔을 공개했다. 카불=AP연합뉴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현지 언론인들의 탄압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일부 아프간 언론인들을 폭행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년간 아프간에서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하나로 꼽혔던 미디어 산업의 번성이 한순간에 뒷걸음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물리적인 폭행과 언론인 수 감소 등이 이어져 언론 자유가 축소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벌어진 여성 시위를 취재하던 현지 매체 기자 2명은 탈레반에게 끌려가 폭행당했다. 폭행을 당한 기자는 ‘에틸라트로즈(Etilaatroz)’ 소속이다. NYT는 “이 신문은 탈레반 집권 뒤에도 검열 없이 적나라한 보도를 해 온 유일한 언론사”라고 전했다. 폭행을 당한 한 기자는 “탈레반 조직원 6명이 자신을 땅에 엎드리게 하고, 수갑을 채운 뒤 의식을 잃을 때까지 발로 찼다”고 증언했다.

 

2001년 탈레반이 정권에서 축출된 뒤 아프간에서 언론의 자유는 꽃 폈다. 인권 유린, 부정부패 폭로 등 보도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다. 매체도 급증했다. 올해 7월 카심 와파예자다 아프간 문화정보부 장관은 아프간 전역에 248개 TV 네트워크, 438개의 라디오 방송국, 1669개의 신문·잡지가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NYT 자체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탈레반이 재집권하고 나서 수십 명의 기자를 포함한 수백 명의 미디어 종사자들이 국외로 도피했다. 또, 절반가량의 언론이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보도를 중단했다. 아프가니스칸 언론인 센터의 아마드 쿠리아시 소장은 2011년 뒤 탈레반 붕괴 뒤 언론의 자유에 관해 “꿈만 같았다”고 회상하며 “탈레반 복귀 이후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국제 언론 감시 단체인 국경 없는 기자회(RSF)에 따르면 탈레반은 여성 기자들이 국영 라디오와 TV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크리스토프 텔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여성 기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일터로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