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어느새 거스를 수 없는 미래가 됐다. 세계 4대 모터쇼 중 하나인 ‘2021 IAA 모빌리티’에서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였다.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이번 모터쇼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행사로 기억될 전망이다.
◆전기차 5종 쏟아낸 내연기관 명가 ‘벤츠’
‘내연기관 명가’였던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모터쇼에서 기존에는 신차 1종을 소개하던 전통을 깨고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에서는 ‘전동화를 선도하다’는 주제로 전동화 라인업 5종을 공개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도 달라진다. G-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컨셉트 EQG’는 콘셉트카로 먼저 소개됐다. 타협 없는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한다. 최고급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마이바흐도 순수 전기 콘셉트카 ‘컨셉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를 선보였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최고경영자(CEO)는 “10년간 해야 했을 진보를 지난 2년 동안 모두 한 느낌”이라며 “전동화는 배출가스를 제로로 만들기 위한 핵심 경로”라고 말했다.
◆운전의 즐거움 놓치지 않은 BMW
BMW그룹은 이번 모터쇼에서 다양한 형태의 운전 즐거움, 지속가능성 혁신 설계, 미래도시 모빌리티를 위한 비전 등 단순한 차가 아닌 미래 이동수단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BMW는 ‘순환 경제’를 이번 행사의 주제로 정했다.
BMW는 브랜드 첫 전기 SUV인 BMW iX를 선보였다. 모델에 따라 326∼523마력의 힘을 낸다. 5세대 BMW e드라이브 기술이 들어가 전기 사륜구동과 긴 주행거리를 통해 운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전략이다. 여유로운 실내공간과 고급성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소재 선정이나 원자재 채굴과 제조 과정의 지속가능성에도 높은 기준을 적용했다.
중형차급의 첫 전기차인 BMW i4도 소개했다. 4도어 그란쿠페만의 공간 활용성과 실용성이 강점이다. 특히 고성능 버전인 BMW M의 첫 전기차 i4 M50도 이번에 대중 앞에 나왔다. 앞, 뒤 축에 각각 1개의 전기모터가 탑재돼 544마력의 힘을 발휘하며 운전의 즐거움을 그대로 계승했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독일 국민차, 전기차의 대중화 위한 가속페달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폴크스바겐은 이번 모터쇼에서 2025년 양산할 전기차 ID. 라이프를 처음 공개했다. 전기차 브랜드인 ID의 소형차로 향후 넉넉한 트렁크 공간과 가변적 실내, 탁 트인 개방감, 1회 충전으로 최대 400㎞(유럽기준)를 주행하며, 172㎾(234마력)의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덕분에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6.9초가 걸린다. 특히 기존 거울 대신 카메라를 장착하고, 스마트폰을 차량 시스템과 통합시켰으며 스티어링 휠에도 터치패널을 적용하는 등 미래 차량의 면모를 선보였다. 가격은 2만∼2만5000유로(2764만∼3455만원)로 책정될 예정이다.
◆전기차의 진보 이어가는 아우디
아우디는 이번 모터쇼에서 전기 세단 ‘아우디 그랜드스피어’ 콘셉트카를 공개하며 전기차의 진보에 대해 설파했다. 이 차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필요에 따라 스티어링 휠과 페달, 디스플레이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며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힐데가르트 보트만 아우디 세일즈·마케팅 이사는 “아우디는 브랜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의 방향을 소개하고 e-모빌리티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랜드스피어 콘셉트카는 연결, 지속가능, 전기, 자율주행과 같이 우리가 프리미엄 모빌리티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는 방식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의 한계 뛰어넘는 포르쉐
전기 스포츠카 ’타이칸’을 통해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포르쉐는 이번 모터쇼에서 순수 전기 레이싱 콘셉트카 ‘미션 R’를 선보였다. 미션 R 콘셉트카는 최첨단 기술로 레이싱에 대한 열정을 현실로 옮겨왔다. 최고출력 1088마력을 발휘하는 2개의 전기모터를 탑재한다. 또 80㎾h의 배터리 용량과 강력한 회생 제동을 활용해 출력 손실을 줄였다. 정지 상태에서 100㎞/h까지 가속하는 데 2.5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300㎞/h를 뛰어넘는다.
올리버 블루메 포르쉐AG 이사회 회장은 “새로운 콘셉트카는 레이스 트랙 위에서 혁신적인 강점을 경험하고 새로운 길을 추구하는 용기를 보여주며 강력한 성능으로 차주를 기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전기차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앞으로는 동력원 전환을 넘어 자율주행이나 차량 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