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성폭력 예방·피해자 보호체계 ‘엉망’

여가부, 여중사 사망 관련 점검
발생 현황·원인 통계자료 없고
성고충심의위도 ‘있으나 마나’

인천 한 도서지역 부대에서 근무하던 A중사가 B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지난 5월12일 숙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해군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시스템과 피해자 지원·보호 체계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가족부는 13일 A중사의 성범죄 피해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해군본부와 해군 2함대, 2함대 예하 해당 기지를 현장 점검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앞서 여가부는 기획조정실장을 단장으로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점검단을 꾸리고 지난 1∼3일 서면자료 확인과 면담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해군은 부대 내 성희롱·성폭력 발생 현황과 원인을 분석한 통계자료도 구축하지 않았다. 해군 단위의 재발방지대책 역시 수립되지 않았다. 공식적인 신고가 없으면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도 한계가 있고, 심지어 도서지역이나 격·오지에 있는 부대는 즉각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점검단은 “국방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하는 ‘수사기관 등에 신고 전 피해자 지원제도 시행지침’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서 및 격·오지 부대에서 전입여군을 대상으로 전입 3개월 이내에 보통 유선으로 실시하는 정기상담은 전입 후 최소 1개월 안에 대면면담을 강화해 진행하도록 권고했다.

해군 내 성고충심의위원회도 성희롱 여부만 판단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는 논의하지 않는 등 유명무실했다. 피해자가 상담받고 도움을 구해야 하는 성고충전문상담관에게도 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A중사가 성범죄 피해 뒤 상담관과 정기상담을 했음에도 자신의 피해사실을 털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점검단은 부대 내 상담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봤다. 점검단은 상담관 업무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인력을 충원해 믿을 만한 상담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부대원 공동이용 시설에 위치한 성고충상담실은 상담 내용의 비밀성·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노출이 차단되는 곳에 배치하라고 조언했다.

점검단은 부대 내에서 성범죄를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확인하고 인식 변화부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