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추석에 공연 무대가 풍성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잔뜩 움츠러들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 추석엔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다양한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표를 구할 수만 있다면 국립창극단의 ‘흥보展(전)’이 추석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다. 21일까지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 한국을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최정화 등 각 분야 거장이 의기투합해 판소리 ‘흥보가’를 동시대 상상력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극본·연출은 판소리에 조예가 깊은 김명곤이 맡는다. 그는 판소리 ‘흥보가’에 담긴 전통적 가치와 재미, 감동을 지켜내고 원작의 줄거리는 유지하되 행간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상상을 불어넣었다. ‘박’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는 민중의 염원을 중심으로 이야기 속 ‘제비 나라’ 장면을 새롭게 추가해 환상적이고 극적인 재미를 부여할 예정이다.
어린이와 함께라면 대학로 학전소극장의 어린이 무대 ‘우리는 친구다’가 강력 추천작이다. 2004년 학전 어린이 무대 출범작으로 누적관객 수 6만5000명을 넘긴 작품이다. 착하고 배려심 많은 민호와 활달한 말괄량이 슬기 남매가, 새로 이사온 동네 놀이터에서 장난꾸러기 뭉치를 만나 ‘진정한’ 친구가 되는 과정을 유쾌하고 흥미롭게 그려냈다.
학원을 12개나 다니는 뭉치와 이층 침대를 차지하기 위해 티격태격 하는 ‘현실남매’ 민호와 슬기의 모습을 보며 어린이 관객들에게 “이거 우리집 이야기 아니야?”라고 생각한다. 민호가 왜 혼자 자는 게 두려워졌는지, 슬기가 왜 온종일 텔레비전만 보는지, 뭉치가 왜 아빠를 무서워하는지, 그간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의 속마음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아이들의 ‘리얼한’ 일상을 그려내어 아이들이 공연에 몰입하고 공감하며 ‘공연문화’의 재미를 깨닫는 동시에, 창의력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는 공연 환경을 만들고자 한 ‘학전 어린이 무대’의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이다.
흥미롭고 유쾌한 스토리 외에도 다채로운 요소들로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한다. 민호, 슬기 남매의 이층 침대는 변신로봇처럼 어느새 놀이터의 미끄럼틀로 변신하고, 알록달록 색감과 아기자기한 조명으로 가득했던 방안은 동네 아이들의 장난스러운 낙서가 가득한 놀이터로 변신한다. 여기에 콘트라베이스, 핸드 퍼커션, 통기타, 일렉기타, 하모니카 등의 다양한 악기로 구성된 3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가 더해지며, 관객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채워준다.
문제작으로는 연극 ‘보도지침’이 대학로 TOM 2관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제5공화국 시절인 1986년 전두환 정권 당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월간 ‘말’지에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당시 이 사건을 폭로한 언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9년 후인 1995년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정통 법정 드라마로서 이번 시즌에서도 실력파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며 작품을 새롭게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본인들의 ‘말’을 하는 사회부 기자 ‘주혁’ 역에는 오종혁, 임병근, 김지철이, 주혁과 함께 폭로하는 편집장 ‘정배’ 역에는 김찬호, 박유덕, 장유상이 출연한다.
정통 뮤지컬로는 ‘빌리 엘리어트’가 최대 흥행작이다.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 영국 탄광촌에서 우연히 접한 발레에 마음을 빼앗긴 소년 빌리가 역경을 이겨내고 무용수로서 커나가는 과정을 담아낸 작품이다.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뮤지컬은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됐고, 이후 전 세계에서 약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초연, 2017년 재연에서 큰 감동을 줬는데 4년 만에 돌아온 세 번째 시즌이 최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