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는 당연히 홀에 손님이 없겠죠. 하지만 배달을 통해 하나라도 더 팔려면 가게 문을 열어야 합니다."
추석 연휴를 나흘 앞둔 1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철판곱창집을 운영하는 최모(27)씨는 점심시간 전 주방에서 곱창을 삶다 혹시나 배달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는지 틈틈이 포스(POS) 기계를 살폈다.
주 고객인 직장인을 며칠 동안 못 보게 될 가게는 아예 문을 닫기로 했다.
여의도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A(53)씨는 "하루 정도는 열어보고 사람이 안 오면 연휴를 죽 쉬려고 한다"며 "명절 지낼 기분이 아니어서 쉬어도 고향에는 못 간다"고 했다.
그는 "주말만 돼도 사람이 많이 주는데 이것저것 제한을 다 걸어놓고 장사를 어떻게 하나. 문 열면 전기세에 직원 월급만 더 나갈 노릇"이라며 "연휴 앞뒤로는 원래 대목이었는데 요새는 기대도 없다"고 체념조로 말했다.
◇ 잇단 자영업자 비보에 '동병상련'…"우울감 퍼져"
원룸을 빼 남은 직원의 월급을 주고 세상을 떠난 마포구 맥줏집 주인과 생활고를 언급하며 숨진 전남 여수 치킨집 주인의 사연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퍼졌다.
수유동 먹자골목에서 27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B씨는 맥줏집 주인의 일이 남 일 같지 않다고 했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장사를 했고 단골도 있어 경기를 크게 타지 않았는데 코로나19 앞에선 버틸 재간이 없었다.
지난 여름에는 가게 근처 화재로 한 달 넘게 셔터를 내려야 했고, 얼마 전에는 역학조사에서 확진자 명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은 게 적발돼 자영업자 대상 지원금도 못 받게 됐다고 한다.
B씨는 "주변에서도 단체대화방으로 링크를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다"며 "오가는 손님들도 힘내라는 말을 한마디씩 해주는데 그래도 고마웠다"고 했다.
최근 영업제한 조치에 반발하며 차량 시위를 주최한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프로필에 검은 리본을 단 자영업자들의 추모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숨진 맥줏집 주인이 생전 운영한 주점 앞에는 빛바랜 카드 명세서와 국화꽃 여러 다발이 놓여 있었다. 입구에는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도 하기 어렵습니다. 부디 편히 쉬시길"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건국대 인근 먹자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는 "요즘 장사하는 사람치고 그분 심정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주변 가게 사장들하고는 얘기 안 한다"면서 "안 그래도 먹고 살아보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는 사람들 불러서 그런 슬픈 얘기를 해서 되겠나"라고 했다.
이창호 전국호프연합회장은 "가뜩이나 힘든데 명절까지 겹쳐 어려움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주변을 보면 슬픔과 우울함이 퍼져 있어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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