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만 해도 2021 미국 메이저리그(MLB) 최고 화제의 선수라면 누가 뭐래도 투타를 겸업하는 일본 출신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꼽혔다. 선발 투수로 꾸준히 등판하면서 타격에서 홈런 선두질주에 나서는 등 베이브 루스 이후 100여년 만에 성공적인 투타 겸업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홈런왕 레이스에서 독주하면서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경쟁에서 실력과 화제 두 측면 모두 앞서가고 있었다.
하지만 9월 들어 MLB의 미래로 꼽히는 젊은 ‘괴물’이 무서운 기세로 오타니를 위협하며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2·토론토 블루제이스)다.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고 있어 한국팬들에게도 친숙한 게레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망주에 꼽히는 데 만족했지만 올 시즌은 타격에 새로운 눈을 뜬 듯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하지만 오타니가 올해 보여준 투타 겸업의 뛰어난 능력은 엄청나기에 아직은 MVP 경쟁에서 오타니가 앞서가고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서 21경기에 나서 9승2패에 평균자책 3.36, 타자로는 136경기에서 타율 0.259에 44홈런 9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 투수로 1승만 더 추가하면 베이브 루스 이후 103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와 두 자릿수 홈런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라는 빛나는 기록을 만들게 된다. 그렇기에 홈런왕 타이틀만 더해진다면 오타니의 MVP 수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더해 이미 23도루를 성공한 오타니가 50홈런 고지를 밟게 된다면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54홈런 24도루) 이후 14년 만에 MLB 통산 5번째로 ‘50홈런-20도루’를 달성한 선수가 된다는 점도 MVP 경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