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두 건의 국내외 기사에 눈길이 갔다. 모두 입양과 관련 있는 소식으로 사회구조 변화를 시사했다.
첫 번째는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국 교통부 장관인 피트 부티지지(39) 커플의 아이 입양을 알리는 기사였다. 미국의 첫 공개적 동성애자 장관인 부티지지 커플은 각각 두 아이를 안고 미소 짓는 흑백사진을 트위터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이들은 “우리가 부모가 된다는 소식을 처음 알린 이후 들은 따뜻한 말에 감사한다. 두 아이를 우리 가족으로 맞이하게 돼 기쁘다”고 썼다. 그러면서 이 커플은 1년 넘게 가정 조사와 부모 교육을 받으며 입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성애자 커플로서 입양 절차가 간단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두 번째는 법무부가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을 위해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는 발표였다. 친양자 입양은 일반 양자 입양과 달리 친부모와의 가족관계를 끊고 양부모와의 친족 관계만을 인정하는 제도다. 현행 민법상 친양자 입양조건은 무척 엄격하다. 원칙적으로 혼인 중인 부부가 공동으로 입양해야 한다. 독신자 가정은 아동의 양육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 태스크포스(사공일가 TF)’는 독신자 중에서도 기혼자 부부 못지않게 아동을 잘 양육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과 입양 당시 부모가 모두 존재했더라도 이혼 및 사별 등으로 독신이 된 사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친양자 입양제도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다. 사공일가 TF는 독신자가 친양자를 입양할 경우 아동 복리에 지장이 없도록 가정법원의 입양 허가 절차에서 양육능력이나 양육 환경을 적절히 판단할 수 있어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양육 의지와 능력이 있는 독신자들이 아이를 친양자로 입양해 가족을 형성하는 경우를 보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두 소식을 접하면서 세 딸을 입양해 키우는 A씨가 떠올랐다. A씨는 입양의 날에 입양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A씨 부부는 아들 하나를 정성껏 키워 성인으로 성장시킨 어느 날 값진 인생을 살고 싶다며 고민 끝에 입양을 결심했다. A씨는 마흔아홉 살 때 29개월 된 막내딸을 입양했다. 6개월 뒤에는 막내딸에게 언니를 만들어 주자는 생각에 일곱 살 큰딸을 입양했다. A씨는 두 딸을 입양한 뒤 보육원 아이들에게 일시적이지만 엄마 아빠를 만들어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보육원 아이들을 방학 때마다 지인들의 가정에 4박5일씩 보내 가정의 의미를 알려주는 일이었다. A씨도 한 아이와 세 차례에 걸쳐 같이 지냈다. 4박5일을 지낸 뒤 7박8일, 한 달로 기간을 늘려 함께 생활했다. 이 아이는 한 달을 다 채운 마지막 날 보육원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의견을 밝혔다. A씨는 가족을 간절하게 바랐던 이 아이를 둘째 딸로 입양했다. 현재 A씨 부부는 세 딸을 정성껏 키우며 인생을 즐기고 있다. 입양아를 위한 건강한 가정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딸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는 A씨가 딸 바보가 된 것은 물으나 마나다.
1인 가구의 증가와 정인이 사건처럼 양 부모 입양가정의 학대사건이 심심찮게 터져나오는 상황을 감안할 경우 입양 아동에게는 한쪽 부모라도 있는 것이 낫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과 아이의 장래를 위해 입양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는 입양가정의 고민을 해결하고 학대 등을 예방하기 위해 입양가정에 대한 세밀한 사후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순위에서 밀려서는 안 된다. 특히 이혼과 경제적 위기, 학대 등으로 집을 떠나 보육시설에 일시 머물고 있는 아이를 정성스럽게 돌봐 줄 수 있는 건강한 위탁가정을 찾아주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막연하게 독신자 입양에 대한 사후관리를 강화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낙관은 금물이다.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인한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깊이 통찰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돌봄이 필요한 아동을 잘 돌보는 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무엇보다 아동의 미래에 막중한 영향을 끼치는 입양가정의 결정은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이 우선되어야 한다. 저출산 시대에는 아동 한 명이 귀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