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괴사·백혈병에도 인과성 인정 안 돼”… 백신접종 불안 확산

9월만 접종 부작용 청원글 28건
뇌질환 최다… 심장질환 뒤이어

코로나 전에도 하루 5명씩 의문사
전문가 “기전상 질환 유발 어려워
변수 다양해 종합적 판단 필요”

당국 “목표 접종률 70→80%로”
14일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접종을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예상치 못한 이상반응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쓰러져 장기 괴사, 급성백혈병, 뇌경색 등 심각한 질환 진단을 받았다는 글들이 적지 않게 보인다. 백신과의 인과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특정 질환 예방을 위한 백신 기전상 다른 질환을 유발하기 어렵다며 판단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유행 확산이 우려되는 위험신호가 늘어나 방역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질환 원인은 다양… 백신 인과성 종합 판단 필요”

14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을 보면 이달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쓰러졌다는 청원글이 28건에 이른다.

이를 질환별로 분류해 보면 뇌경색·뇌출혈이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심부전·심근경색 등 심장 관련 문제가 5건, 급성백혈병 4건이다. 이 밖에 허혈성대장염, 소장 괴사, 간질환 등이 언급됐다. 청원인들은 당사자들이 병원 한 번 가지 않았을 정도로 건강했거나,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어도 잘 관리해 왔기에 원인으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을 의심했다.

이 같은 백신 이상반응은 백신 접종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최근 정부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인식조사에서 14.5%는 백신 접종 의향이 없다고 답했고, 이 응답자 중 81.6%(중복 응답)가 예방접종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꼽았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시민에게 접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간적 선후 관계, 역학적 연구를 통한 평가, 통계적 유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총 6건의 사망사례가 있었는데, 2건이 백신 접종군, 4건이 위약 접종군으로, 백신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급사했다는 온라인 글도 있지만, 2017년만 봐도 한 해 4만9593명, 하루 평균 136명의 응급실 내원 환자가 사망했다. 이들 사망자 중 하루 5명꼴로 사인이 파악되지 않았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특정 병원체에 의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며, 다른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어서 백신 접종 전후 다른 질환의 발생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질환이 백신에 의해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면 그 질환을 일으키는 여러 원인을 나열하고 백신이 비교 우위인지 아닌지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 괴사도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질환일 수 있지만, 수술까지 이르는 장 괴사질환은 백신 접종 이전에도 꽤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강동윤 서울대병원 약물안전센터 교수는 “백신의 어떤 성분도 인체에 해가 되고 질환을 발생시키는 건 없다”며 “백신 접종 시행 이전(2006년 1월~2020년 12월) 아나필락시스, 뇌염, 혈소판감소성혈전증, 급성심근경색 등 질병 발병률과 시행 후 발병률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고 보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14일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검사를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이동량 증가 “위험신호”

정부는 접종률을 최대한 끌어올려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목표보다 당겨 전 국민 80%, 18세 이상 성인 90%까지 접종률을 높이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른바 ‘위드(with) 코로나’ 준비와 관련해선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안을 만들고 있다”며 “접종률이 높아지면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해 어떻게 가야 할지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해외 사례를 보면) 한꺼번에 푼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완화해 간다고 하니 그런 부분을 참고하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유행은 쉽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497명으로, 70일째 네 자릿수 행진을 이어갔다.

전국 이동량은 3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휴대전화 이동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주(6∼12일)간 전국 이동량은 2억3302만건으로, 직전 1주(2억2874만건) 대비 1.9%(428만건) 증가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각각 전주 대비 1.5%, 2.2% 늘었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수도권 유행 규모의 증가에 따라 지난주 감염 재생산지수는 1보다 소폭 높은 1.01을 나타내면서 지난 8월 둘째 주 이후 수치가 점차 올라가는 상태”라며 “이동량 외에 고속도로 통행량, 신용카드 매출액 등과 같은 이동량 보조지표도 모두 증가 추이로,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