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항소심 첫 재판 진행… “피해자에 무릎 꿇고 사죄”

오 전 시장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한 공방 진행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부하직원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이 15일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렸다.

 

부산고법 형사2부 오현규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 전 시장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오 전 시장은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백발에 가까운 머리에 다소 수척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그는 재판에 앞서 모두진술을 신청한 뒤 “수감생활 내내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고 있고, 피해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며 “남은 인생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오 전 시장에게 적용된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한 공방으로 이어졌으며, 재판 시작 30여분 만인 오전 10시 34분쯤 끝났다.

 

재판부는 이날 “대한의사협회에 피해자 진료기록감정 촉탁신청을 미리 해놨다”고 밝혔다.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3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피해자 진료기록에 대한 재감정 결과가 항소심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한 이후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을 ‘강제추행 치상’으로 인정해 오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날 피해자측 변호인은 오 전 시장측에서 제기한 피해자 진료기록 재감정 요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측 변호인은 “진료기록은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조사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측과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재감정을 신청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5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오거돈 전 부산시장 강제추행치상 혐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방청객들이 법정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정신청서에 피해자측 의견이 첨부되게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측의 의견 없이 감정촉탁 채택을 비공개로 진행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통상 감정촉탁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미리 신청한다”고 설명했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3일 오전 10시, 부산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편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 입장을 받아들여 피해자에 대한 감정촉탁을 신청하는 것 자체가 기울어진 재판”이라며 “재판은 피해자 보호를 원칙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거돈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도 이날 법원 앞에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