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해 아프간을 20년 만에 다시 장악한 지 한 달을 맞았다. 지도부 내분, 권력 암투란 잡음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탈레반과 대화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14일 영국 BBC방송은 탈레반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과도정부 구성을 놓고 지도자들 사이 큰 분쟁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일 탈레반이 새 내각 명단을 발표한 지 일주일 만이다.
두 사람은 재집권의 공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바라다르는 외교의 힘이 컸다고 주장하는 반면, 하카니 네트워크는 미군 주도 연합군과 아프간 정부군과의 전투를 통해 달성한 것이란 입장이다. 바라다르는 미군 철군을 골자로 한 지난해 미국과의 평화협정에 탈레반 대표로 서명했다.
탈레반은 이런 내분설을 부인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바라다르가 최고 지도자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를 만나러 칸다하르로 갔다고 했다가 그가 “쉬고 싶어 했다”고 말을 바꿨다.
복수의 소식통은 “바라다르가 카불로 돌아올 것”이라면서 내분설을 일축하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편 같은 날 유럽연합(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탈레반과 어떤 식으로든 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회 연설에서 “EU가 탈레반을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하진 않겠지만 대화로 진전될 수 있는 것은 많다”며 “현시점에서 탈레반과 협력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설명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또 “(카불 주재) EU 회원국 대사관들은 폐쇄됐고 다시 문을 열지 않겠지만 EU 외교관들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서 “안전 문제만 해결되면 화상회의보다 더 긴밀한 방식으로 과도정부와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겨울에 눈이 내리면 외곽 지역에 식량을 보급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아프간의 식량난도 언급했다.
아프간의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적 지원을 호소하며 “아프간은 전쟁으로 피해를 본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아프간 영토가 사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는 국제사회 지원을 받기 위해 몸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유엔 주최로 스위스에서 열린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고위급 회의’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아프간에 10억달러(약 1조1702억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