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달콤한 맛과 향, 그리고 멋진 기포, 그리고 무엇보다 날씬한 잔으로 가볍게 건배하는 파티의 모습을 생각하지 않나 싶다. 하지만 알고 보면 샴페인 잔은 처음부터 얇고 길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겼었을까?
샴페인은 뼛속부터 축배의 술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난 동네를 보면 알 수 있다.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을 영어식으로 부른 것이 샴페인. 이 샹파뉴 지방이 유서 깊은 이유는 프랑스 왕의 대관식을 치르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초대 프랑스 왕(당시 프랑크 왕국) 클로비스가 세례를 받았으며, 이 자리에 랭스 대성당이 세워진다. 그리고 30명이 넘는 프랑스 왕이 대관식을 치렀다. 즉, 샹퍄뉴는 그 자체가 프랑스 왕국의 시작이며 축배의 지역이었고, 이 지역의 술은 자연스럽게 축제의 술로 사용됐다.
샴페인은 와인 속 기포를 즐기는 술이다. 그런데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샴페인만큼은 귀부인들이 많이 즐기곤 했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바로 트림이 나오기 쉽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잔이 넓고 얕은 잔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탄산 및 기포가 빨리 공중으로 사라져 트림이 적게 나오게 하기 위해서다. 또 조금만 흔들면 샴페인이 바로 흘러내렸기 때문에 의식해서 마시다 보니 오히려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였다고도 한다. 여기에 입구가 넓다 보니 따르기도 편했던 것이 사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샴페인에는 이러한 잔을 많이 사용했다. 이것을 쿠프잔이라고 한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