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9·19 군사합의서’가 타결된 지 3년이 됐다. 동 합의서 서문에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를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통된 인식으로부터…”라고 돼 있다. 즉, 남북 간 신뢰 구축이 합의 목적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 합의 타결 직후 우리 내부에서는 군사분계선 일대 정찰비행 금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 훈련 및 사격 금지 등 우리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동 합의가 제대로 지켜진다면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 나아가 지속가능한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밀어붙인 것이었다. 기대와는 달리, 지금 남북 신뢰는 바닥이다. 물론, 원인은 북한에 있다.
합의 초기 북한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를 위해 남·북·유엔사 3자 기구를 가동해 협의하고 이행을 검증하는 등 나름 파격 행보를 과시했다. 비무장지대(DMZ) 경계초소(GP) 10개를 시범 폭파하고 유해 공동 발굴을 위한 화살머리고지 일대 지뢰 제거와 통로 개척, 상호 방문 등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는 합의서 대부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2020년 6월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이어 서해 표류 우리 국민을 총격 살해하는 등 도발을 했다. 올해 들어서는 모두 다섯 차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22일과 3월 21일 그리고 9월 11∼12일에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했고, 3월 25일과 9월 15일에는 탄도미사일을 각각 2발씩 발사했다.
특히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은 명백한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임은 물론, 9.19 군사합의 정신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이다. 김정은이 잇단 미사일 도발로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고 자기들이 원하는 협상 판을 만들어 보려는 나름의 계산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정반대가 될 것임이 명확하다. 우선 비핵화 원칙에 입각해 대북정책을 재정립한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 굴복할 리 만무하다. 더욱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아울러 늘 북한 편을 들어주는 중국과 러시아 또한 입장이 곤란해질 뿐이다. 나아가 어떻게 하든 협상의 끈을 이어가고자 하는 문재인정부의 대화 추진 동력도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