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도미노’예요. 우린 그냥 죽으라는 거죠.”
서울 송파구에서 민물장어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3)씨는 추석연휴를 앞두고 깊은 시름에 빠졌다. ‘매출 대목’인 추석연휴 동안 계속 문을 열 계획이었는데, 인근 가락시장이 강제 휴업에 들어가면서 덩달아 영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매일 가락시장에서 생물 장어를 납품받아 요리해서 판 김씨는 가락시장이 문을 닫는 기간이 늘수록 영업을 못하는 기간도 늘어난다. 가락시장은 이전 명절에도 휴업하고 경매를 중단했지만 시장 내 가게들은 자율적으로 영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가락시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이번 연휴에는 ‘강제휴업’ 지침이 내려지고 휴업 기간도 당초 공지보다 이틀 늘어났다.
16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가락시장에선 지난 2일 종사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날 오후 6시 기준 확진자가 185명까지 늘었다. 확산세가 이어지면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전날 가락시장의 추석 휴업 시작일을 이틀씩 앞당겼다. 이에 따라 청과시장 채소부류는 당초 19일에서 17일 저녁 경매 후로, 과일부류는 20일에서 18일 아침 경매 후 등으로 앞당겨 휴업하게 됐다. 휴업이 끝나는 날은 기존과 같은 23일 저녁∼24일 새벽이어서 결과적으로 휴업일은 2일 늘었다. 이전에는 휴업 기간에도 원할 경우 장사가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모든 업소가 쉬어야 한다.
가락시장에서 과일과 채소 등을 납품받던 자영업자들은 다른 구입처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야채를 많이 쓰는데 갑자기 다른 판매처를 구하기 어려워 그냥 문을 닫아야 할 것 같다. 연휴 뒤인 23일에도 시장이 휴업이라 직장인들보다도 하루 더 쉬어야 한다”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산물 소매업을 하는 안모(56)씨도 “생선을 사려고 인천쪽 까지 알아보고 있다”며 “장사가 안 돼 심란한데 장사 준비하는 것까지 힘드니 기운 빠진다”고 말했다.
명절 수요가 많은 과일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혼란도 크다. 경기도 용인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가락시장이 길게 쉬니까 미리 과일을 많이 떼와야 하는데 연휴 기간 동안 얼마나 팔릴지 예측하려니 어렵다”며 “너무 적게 사와서 못 팔아도 손해고, 너무 많이 사와서 과일이 남아도 손해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절 과일은 포장해서 파는 거라 명절이 지나면 팔기도 어렵다”며 “조금 더 일찍 휴업 계획을 알려줬다면 대처할 시간이 있었을 텐데 농민부터 도매상까지 모두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앞두고 물량을 잔뜩 준비한 가락시장 상인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평소보다 물량을 5∼6배 준비했다는 수산시장 상인 장모(50)씨는 “빚지고 물건을 들여왔었는데 이제 빚만 남게 생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과시장 상인 김모(60)씨도 “과일을 2000만∼3000만원어치 샀는데 토요일까지 어떻게 소진할지 고민”이라며 “대목이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