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송신·기억조정·행복수신… 그때 그 시절로 떠나는 시간여행 [밀착취재]

한국근현대사박물관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빗물 새던 단칸방… 1950∼70년대 생활상 ‘생생’
브라운관TV·연탄 등 그 시절 물건들 신기… 불편했지만 그리운 추억 ‘흠뻑’
60년대 국민학교 교실 풍경. 조개탄 난로와 양은 도시락이 정겹게 느껴진다.

“와~! 이런 데 가 화장실이라고요? 여기서 어떻게…,” “그러게 얘들아. 선생님도 이런 화장실은 안 써봤어요.” 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을 찾은 인솔교사와 어린이들이 널빤지로 만든 재래식 화장실을 신기한 듯 들여다본다. 전시물을 접하는 어린이들의 반응이 재미있어 이들 일행을 따라 박물관을 함께 돌아봤다. 60년대 ‘국민학교’를 재현해 놓은 교실 앞에 다다르자 현재 ‘초등학교’를 다니는 이 어린이들이 선생님께 질문 공세를 퍼붓는다. “의자랑 책상이 왜 저렇게 작아요?” “교실에 작은 피아노(풍금)랑 난로가 있어요.” “옛날에는 한반이 7·80명이었고 저렇게 도시락을 싸서 다녔다고 해. 난로 위에 있는 게 도시락이야.” 아이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던 선생님도 흥미로운 표정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옛날 이발소의 모습. 머리 깎기 싫어 떼쓰는 아이와 이발사의 실랑이를 재미있게 재현했다.

2005년 문을 연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은 9만여점에 달하는 각종 전시물을 통해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서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안내를 맡은 최준호 학예사는 “이곳에 전시된 물품과 건축자재들은 실제 사용되던 것들을 구해서 옮겨온 것이라 당시 냄새까지도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66년도에 생산된 우리나라 최초의 흑백 TV. 현재 국내에 10대 정도 남아 있다고 한다.
닳아 해진 뒤축을 실로 기운 검정고무신이 전시돼 있다.
연탄아궁이를 쓰던 부엌의 모습.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의 전시물은 최봉권(65) 관장이 지난 30여년간 직접 수집해 온 소중한 생활문화재들이다. “1톤 화물차를 몰고 옛날 물건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다 보니 별의별 일화가 참 많았습니다. 도둑으로 오해받기도 하고 폐가 지붕에 달린 함석 장식을 떼러 올라갔다가 떨어져 크게 다친 적도 있었고 시골마을 작은 잡화점 간판 하나 구하려고 5년 동안 주인을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물건들도 누군가에겐 잊고 지내던 추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보물이 될 수 있답니다”라며 수집품 하나하나가 지닌 가치에 대해 강조했다.

엿장수의 가위 장단이 흥겨웠을 시골 장터.
한국근현대사박물관을 찾은 조호영씨 가족이 70년대 상업고등학교 교실을 재현한 전시관에서 옛날 교복 차림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책상마다 놓인 타자기가 눈길을 끈다. 조씨는 살림살이가 넉넉지는 못했지만 정이 넘치고 마음만은 따뜻했던 시절이었다고 6,70년대를 회상했다.
널빤지를 이어 만든 재래식 화장실. 점토로 인분까지 생생하게 재현해 최고의 포토존으로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은 조호영(66)씨는 “어린 시절 살던 달동네 모습과 너무 똑같아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요. 친구들과 좁은 골목을 누비며 뛰어놀던 기억이 떠올라 행복했습니다”라며 환한 웃음을 보였다. 냄새나는 재래식 화장실과 빗물이 줄줄 새던 판잣집 단칸방에서 가난하고 고달팠지만 이웃 간에 정을 나누며 오순도순 살아가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을 찾아 잠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