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면 애물단지, 모으면 보물단지’
닷새에 걸친 한가위 연휴가 끝난 2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 센터 앞에 길게 늘어선 재활용품수집차 화물칸에 저마다 이 같은 문구가 적혔다.
가까이 다가가니 매탄동, 화서동 등 수원 여러 지역에서 온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시내에서 발생한 분리배출 쓰레기를 실어 나르는 차량이며, 쓰고 버린 스티로폼 등이 화물칸을 가득 채웠다.
팔달구 화서동을 담당하는 한 수거업체 직원 A씨는 이날 기자에게 “오늘 네 번은 센터에 다녀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센터에 오면 스티로폼부터 내려놓고 그 후에 다른 쓰레기를 배출한다”며 “차에 함께 타고 온 동료들이 일일이 손으로 화물칸에서 스티로폼을 분리한다”고 설명했다.
2.5톤 차로 네 차례 왕복한다고 했으니, 차 한 대가 하루 약 10톤의 분리배출 쓰레기를 옮기는 것으로 보였다.
수원에는 이러한 재활용품 수집 업체가 10여곳이 있다고 한다.
일부 무책임한 주민들의 의식 탓에 쓰레기를 수거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적잖다고 A씨는 귀띔했다. 그는 “유리병이 특히 위험하다”며 “깨진 유리병 등은 신문지 등으로 싸서 버려야 하는데, 그냥 쓰레기봉지에 넣으니 차에 싣다가 찔리는 일도 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얼마 전 유리병에 오른쪽 다리를 긁혀 5㎝ 정도의 상처가 나서 이를 꿰맸다며 그 흔적을 기자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그가 소속한 업체의 수집차가 자원순환센터를 떠난 후에도 계속해서 또 다른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오간 차들이 쉴 새 없이 쏟아낸 스티로폼은 거대한 더미를 이뤄 마치 눈 쌓인 산을 떠올리게 했다.
쌓인 스티로폼 더미를 가까이에서 확인하니 추석을 앞두고 식자재 배송에 쓰인 게 대부분이다.
여러 선물세트에 들어간 스티로폼이나 아이스크림 등을 포장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단 한 번을 위해 쓰인 스티로폼은 이처럼 버려진 뒤 거대한 산더미를 이뤘다.
스티로폼 파쇄기가 있는 작업공간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만난 한 직원은 버려진 스티로폼이 잘게 갈려 고온에서 녹여진 뒤,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컵라면의 유색 용기나 색깔이 들어간 스티로폼 상자 등은 재활용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재활용이 어려워 걸러지는 유색 스티로폼이나 기타 쓰레기의 양은 하루에 1톤 트럭 6대 분량이나 된다.
이물을 걸러내는 뾰족한 수도 없어서 담당 직원들이 일일이 스티로폼 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떼거나, 섞여서 버려진 쓰레기를 골라내야 한다. 옆에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먼저 스티로폼 상자를 반으로 자르고, 일반 칼로 테이프를 긁어 손으로 떼어내는 순서였다.
상자의 테이프를 떼어내는 일을 담당한 어느 직원은 “손가락이 아플 지경”이라며 퉁퉁 부은 손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작업은 장갑을 두 겹 낀 상태에서 진행하지만, 스티로폼 상자를 버릴 때 미리 테이프라도 떼는 작은 배려를 보인다면, 그만큼 이들의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였다.
이 단계를 통과한 스티로폼은 파쇄기에서 구슬 정도 크기로 잘게 갈린다. 고온으로 녹여 납작하게 변형된 후에는 수거 업체 등에 옮겨져 새로운 물건으로 태어난다. 파쇄기 내부에는 잘게 갈린 스티로폼이 가득했고, 주변에는 흩날리는 스티로폼 가루가 햇빛에 반사돼 또렷했다.
한편,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민간업체에서는 폐스티로폼 수거와 처리 등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품단가가 낮다는 게 이유인데,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수원 시내 폐스티로폼 대부분이 이곳에 몰린다는 센터 직원의 말로 미뤄 어느 정도 신빙성은 있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