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당 대변인을 가리켜 ‘정당정치의 꽃’이라고 한다. 대변인 말 한마디로 정당 간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기도, 막혔던 정국이 풀리기도 한다. 한국 정당사에서 첫 손가락으로 꼽는 명대변인은 4대 국회 때의 민주당 조재천 의원이다. 법관 출신으로 예리한 판단력과 분석력을 지닌 그는 3·15 부정선거로 영구 집권을 획책하던 자유당을 촌철살인의 말로 난타했다. 입에 착 달라붙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선거구호가 그의 작품이다. 오죽하면 “조재천의 혀는 국군 1개 사단의 화력과 맞먹는다”는 이야기가 생겼을까.
검사 출신인 박희태 전 국회의장도 명대변인으로 꼽힌다. 1988년 민정당 대변인으로 발탁돼 민자당과 문민정부를 거치면서 4년3개월 동안 집권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요즘도 많이 사용하는 ‘내로남불’, ‘정치 9단’, ‘총체적 난국’은 그가 만든 신조어다. 그의 입에서는 ‘여의도 집회는 여의치 않았다’, ‘보라매 공원 집회는 보람이 없었다’, ‘부산 집회는 부산만 떨었지 실속은 없었다’ 같은 재치만점의 논평들이 쉼없이 흘러 나왔다. 당 대변인 문화를 창시한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