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법인 계좌에서 현금 수십억원이 인출되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담긴 금융 자료를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넘겨받고도 조사를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청은 FIU에서 받은 자료를 서울경찰청에 내려보냈고, 서울청은 이를 직접 수사하지 않고 용산경찰서에 넘겼다. 용산서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최근에야 이성문 화천대유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법인이나 대표 등의 계좌 추적을 통해 자금 흐름을 규명하는 게 통상적인 수사 절차인데도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이 사실상 5개월 동안 수사를 뭉개고 있었던 셈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규명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이번 의혹은 여당 유력 대선주자가 관련돼 있어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이다. 신속하고 명백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다고 해도 박 장관 말처럼 사건의 진상이 조속히 규명될지는 의문이다. 사건이 배당된 서울중앙지검에는 친정부 성향 간부가 많아 불신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이어 서울중앙지검까지 수사에 나선 고발 사주 의혹과 같은 무게로 공정하게 진위를 가릴 수 있을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