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끝나기가 무섭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나흘 연속 '요일 최다'를 기록하는 등 연휴 기간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1천700명대 확진자가 나오더니 연휴 이후 첫날인 23일 2천400명대로 치솟으면서 하루 최다 확진자가 나왔다.
◇ 감염경로 '불명' 40% 육박…"역학조사 속도 저하·무증상 델타 변이 감염 증가"
이런 상황에서 당국의 방역망을 벗어난 환자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어 확산 우려를 키우고 있다.
최근 4주간 신규 확진자 가운데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감염경로 조사중' 비율은 주간 단위로 33.3%→33.6%→36.3%→39.8%를 나타내며 지속해서 상승해 40%에 육박한 상태다.
신규 확진자 10명 중 4명은 '조용한 전파'로 인해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셈이다.
신규 확진자 중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비율을 나타내는 '방역망 내 관리 분율'은 같은 기간 35.3%→33.6%→32.5%→29.9%로 떨어졌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감염경로 조사 중 비율이 높아진 것은 그만큼 확진자가 접촉한 감염원을 찾아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라며 "방역망 내 관리 분율이 낮아진 것은 절대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 역학조사 속도가 느려지거나 무증상 감염이 많은 델타형 변이 바이러스의 특성으로 인해 지역감염이 확산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내주부터 추석 연휴 대규모 인구 이동에 따른 영향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반장은 "연휴 기간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오늘, 내일 검사 수가 늘고 확진자도 늘어날 것"이라며 "다음 주 중에 추석 연휴 동안의 접촉으로 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오늘(23일) 정도까지는 확진자 수가 적게 나오더라도 내일, 모레부터 확진자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본다"며 "수도권 유행 증가 여부와 함께 연휴를 계기로 비수도권의 유행도 재확산하지 않는지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확산세가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명절 전부터 다양한 곳에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었다. 한 곳에서 다수 확진자가 나오는 것도 문제지만, 지역사회의 다양한 고리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는 것은 이미 광범위하게 전파됐다는 의미"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흩어졌다가 모이는 식의 이동이 늘면 확진자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짧은 기간에 하루 확진자가 3천명이 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면서 "확진자가 3천명을 넘느냐, 안 넘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앞으로 2천∼3천명 규모에서 오르락내리락하게 될까 걱정인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검토 중인 단계적 일상 회복 방안의 적용 시점은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이동량이 늘면 확진자도 늘 것이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 있었지만, 그 확산세가 놀라우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미리 막지 못해서 대단히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 "연휴로 인해 다소 이완됐을 수 있는 방역 체계를 꼼꼼하게 점검해달라. 방역이 안정적으로 관리되지 못한다면 단계적 일상 회복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백신 접종률과 함께 방역 상황, 의료체계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 일상회복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손 반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전 국민의 70%가 완전 접종을 완료하는 시점 자체가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면서 "확진자 규모만이 아니라 확진자 발생 양상 및 전체적인 유행 양상, 중증화율과 사망자 등 위험도 변동, 우리 의료체계의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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