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원의 자산버블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시장 유동성이 흡수될 수 있는 적절한 투자 기회가 부족해서 초래된 것이다. 특히 양적완화와 초저금리로 점철된 위기 수습 국면에서는 금융 불균형이 커져 자원배분 기능마저 작동하기 어렵다. 이제 금융 기능을 복원하기 위한 본격적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이 진행될 경우 복잡한 포트폴리오 재편성 과정에서 위험 기피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다. 그 결과는 축소균형 속의 양극화 심화와 투자 지연, 그리고 중서민층의 퇴조이다.
현 난국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자산 범주를 키워내지 못한 기존 금융시스템의 적응 실패에 기인한다.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디지털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현 금융시스템의 잘 짜여진 규제 체계는 신규 분야에 대한 외연 확장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실제 제도권의 전통적 체제들은 공히 시스템 위험 누적과정에서 보수적 자세로 일관해온 데 비해 위기 이후의 대책은 과도할 정도의 규제 체계와 안전자산 위주의 관행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메타버스까지 등장한 초연결 환경에서 금융 역할은 기존 틀 안에 국한돼 있다. 특히 연결이 중시되는 환경에서 개별 기관 차원의 건전성 강조는 넓어지는 생태계에서 다양하게 발현되는 금융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결과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역할은 정책금융과 비제도권, 그리고 투기적 성향의 투자펀드 몫으로 넘어간 지 꽤 됐다.
결국 현재의 금융시스템이 인정하는 자산 범주와 담보 관행만으로는 금융이 닿을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될 수밖에 없어서 기존의 특정 자산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도 과도한 유동성에 비해 제한된 자산의 선택 폭과 무관치 않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가 꿈틀대고 있지만 기성세대의 시각에서는 여전히 디지털 자산 기반의 움직임을 카지노판의 거대한 위험요인으로 간주한다. 4차 산업의 구호 속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그리고 블록체인이 제시하는 탈중앙화의 디지털 혁신으로 데이터 역량과 플랫폼의 결합이 차세대 경쟁력으로 커나가고 있지만 이 또한 공정경쟁에 관련 지배구조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다수의 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새로운 글로벌 빅테크(Big Tech) 주도가 부각되면서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단층선과 싱크홀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신속한 적응 능력을 갖춘 MZ세대부터 현실 외면 계층까지 혼재되면서 기존 신뢰 주체 중심의 공감대 형성조차 어려워지는 극도의 분열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