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곽상도(사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상여금으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장동 게이트’로 맹공을 펼치던 야권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 의원이 논란에 책임을 지고 탈당했지만 여권은 ‘국민의힘 게이트’로 거세게 맞불을 놓으며 ‘제3자 뇌물 공여’ 의혹에 이어 대장지구 개발사업이 “국민의힘 제기하고 나섰다. 여당은 검찰 수사, 야당은 특검과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가운데 당장은 특검보다는 검경 수사에 무게가 쏠릴 전망이다.
곽 의원은 26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아들 곽모(32)씨가 받은 거액의 퇴직금에 대해 “회사가 정한 거라서 잘 모른다. 상식적으로 말하면 과다하다고 할 수 있다지만 그 회사를 지금 문제 삼는 이유가 돈을 엄청 벌어서 그런 건데, 거꾸로 이야기하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그런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대선을 앞두고 당에 부담을 줄 수 없었다”고 탈당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당혹스러움 속에서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공공 이익보다는 민간 업체가 더 이익을 취하는 구조로 대장동 사업을 진행했다”며 이 후보가 사건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부각했다.
화천대유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퇴직 당시까지 지급이 지연된 대장동 개발사업의 성공에 따른 성과금 보상도 함께 이뤄진 것이고, 퇴직금 산정 시 대장동 개발사업 성공에 따른 성과급도 포함됐다”며 “질병에 대한 퇴직 위로금 성격으로 당시 회사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승인, 지급된 금액도 포함됐다”고 했다. 곽씨를 포함해 올해 퇴직자에 지급한 화천대유 퇴직금 내역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화천대유 감사보고서를 보면 2015∼2020년 6년간 화천대유가 퇴직한 직원들에게 지급한 금액은 모두 2억5903만원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통상의 퇴직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방미 중인 이준석 대표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곽 의원의 탈당계 제출을 알리며 “법적 책임 유무는 향후 특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그 여부를 떠나 공인으로서의 정치적 책임에 대해 국민의힘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 규명을 재차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부동산 이슈의 휘발성과 과도한 보수에 따른 청년세대의 반감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원희룡 후보는 “읍참마속 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의 대선 후보들은 거액의 퇴직·상여금의 대가성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전북 완주군 우석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전북 순회합동연설회 인사말에서 “화천대유는 박근혜 정권의 실세들과 진짜 부동산 기득권 세력인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꿀단지였다는 말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화천대유가 곽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으로 50억원을 준 것이 어떻게 대가성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냐”며 “이것이 개인의 노력에 따른 퇴직금이라고 한다면 지금 1990년대생 대한민국 청년들의 가슴이 무너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30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던 사회초년생이 6년 근무에 삼성전자 사장보다 더 많은 퇴직금이라니, 국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액수”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야당의 특검 요구에 대해서는 “신속한 검찰 조사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후보는 “화천대유를 중심으로 복마전처럼 얽히고설킨 비리의 사슬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정의롭게 처리해야 한다.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