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매매시장이 역대급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가파른 가격 상승세와 매물 잠김 현상으로 아파트를 구하기 어렵게 된 수요자들이 조급한 마음에 앞다퉈 빌라 매매에 뛰어들면서다. 최근에는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까지 몰리면서 지난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퍼진 아파트 패닉바잉(공황매수) 현상이 빌라 시장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번달 서울의 빌라 매매량은 1459건으로 아파트(628건)의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신고일(주택거래 이후 30일 이내)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빌라가 아파트 매매건수를 초과하는 현상은 9개월 연속 계속될 전망이다.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를 추월한 것은 지난 1월부터다. 빌라는 매달 5000건 남짓 거래되는 가운데 아파트 매매는 3000∼4000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최근 빌라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아파트값 상승세의 풍선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아파트값이 빠른 속도로 오르는 데다 당국의 대출 옥죄기까지 더해지면서 ‘꿩 대신 닭’으로 빌라라도 구입하려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을 계기로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등에 업은 투자수요까지 더해지면서 빌라의 몸값이 높아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아파트값과 전셋값이 급등하다 보니 대체재를 찾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아파트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정비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이 합쳐진 결과로 빌라까지 가격이 오르면 서민의 주거안정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하락장이 되면, 아파트보다 빌라가 먼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빌라 매입에는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생각에 덜컥 빌라를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추후 되팔기 어려울 수 있으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