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문제로 전국 주유소 긴 줄 당국 경쟁법 일시 중단 수습 나서 외국인 트럭 운전사에 임시 비자 연료 수송위해 군 투입 방안 검토
최근 식료품 대란이 빚어졌던 영국이 이번에는 기름 사재기로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
2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주유 대란’ 대응책으로 정유업계에 경쟁법을 일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경쟁법은 업계 담합을 막기 위한 법률인데, 기름 사재기 현상이 극심한 만큼 관련 기업들이 정보를 공유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최적의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주유 대란은 트럭 운전사 부족으로 운송에 차질이 빚어져 기름이 부족하다는 보도가 촉발했다. 사흘 전부터 전국 주유소에 긴 줄이 늘어섰고, 소셜미디어에는 어디에서 주유가 가능하냐는 질문이 연신 올라왔다. 주유소 네 곳을 들러도 차에 기름을 넣지 못해 출근을 못 할 뻔한 햄프셔 지역 간호사의 사례가 전파를 타기도 했다. 영국 석유소매업자협회는 전국의 독립된 주유소 5500곳 중 3분의 2가 재고 부족 상태라고 밝혔다. 주유 대란이 의료인력, 교사들의 출근 대란으로 이어지는 등 연쇄 파급효과도 심각하다.
크와시 쿠르텡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정유공장에는 연료가 많다”며 이번 주유 대란이 공급망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쟁법을 완화하는 한편 외국인 트럭 운전사 5000명에게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유효한 임시 비자를 발급하기로 했다. 당장 시급한 연료 수송을 위해 수백 명의 군 병력을 투입하는 방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유럽연합(EU) 탈퇴의 영향으로 외국인 일손이 줄어든 것이 공급망 문제의 원인으로 꼽힌다. 트럭 운전사는 9만∼12만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추산된다.
12월엔 크리스마스 음식 재료인 칠면조 품귀 현상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는 100%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따른 이민 규정의 변화로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가금류 관련 종사 외국인 5500명에게도 임시 비자를 발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