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자동차 레이스 포뮬러원(F1)은 지난해 가을 역사에 남는 순간을 맞이했다. 루이스 해밀턴(35·영국)이 통산 92번째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하며 역대 최다승 선수로 올라선 것. 최다승은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과지만 종전 기록 보유자의 존재감 덕분에 기록 달성이 더욱 의미 있었다. 당시 해밀턴이 F1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로 평가받는 ‘황제’ 미하엘 슈마허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해밀턴이 F1에서 뛴 첫 번째 흑인 드라이버라는 점도 의미를 더욱 키웠다. 백인의 전유물이었던 F1에서 해밀턴이 슈마허를 뛰어넘어 전설로 올라서면서 이 종목도 새 시대를 맞게 됐다.
이런 해밀턴이 이번엔 F1 최초로 100승을 채웠다. 지난 27일 밤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크라이의 소치 아우토드롬(5.848㎞·53랩)에서 끝난 2021 러시아 그랑프리 결승에서 1시간 30분 41초 001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4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하는 악재를 딛고 만든 성과로, 이로써 데뷔 15년 만에 역대 처음으로 통산 100승 고지를 밟았다. 당연히 F1 역사 전체에서 그 누구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다.
해밀턴은 이번 러시아 그랑프리 우승으로 이번 시즌 랭킹 포인트 246.5점을 쌓아 막스 페르스타펀(24·네덜란드·244.5점)을 2점 차로 제치고 시즌 드라이버 랭킹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남은 7차례 그랑프리에서 페르스타펀을 따돌리고 챔피언에 오르면 슈마허를 넘어 역대 처음으로 8번째 시즌 챔피언을 차지하는 대역사를 창조하게 된다. ‘해밀턴의 시대’를 완성하는 셈이다.
해밀턴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100승을 따냈다. 열정으로 뭉친 사람들과 함께 역사를 이뤄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어렵다”라며 “우리는 계속 싸우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우리는 우승할 수밖에 없는 챔피언이다”라고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