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환경 맞아?’…대란 벌어진 스타벅스 공짜 다회용컵 논란 [이슈+]

50주년 기념 공짜 다회용컵 제공 행사에 북새통
1시간이상 줄 서고, 사이렌 오더 앱 다운되기도
스타벅스 “지구가능한 지구 만들기 위한 행사”
환경단체 “다회용컵 재질 일회용 포장재와 같아
또다른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하는 모순된 행동”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짜고 예쁘잖아요. 게다가 일회용품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직장인 이모(42)씨는 지난 28일 15분가량을 기다려 스타벅스 리유저블 컵(다회용컵)을 받았다. 이씨는 이미 텀블러 4개와 리유저블 컵 1개를 갖고 있지만, 일회용품을 덜 쓰려고 또 하나의 다회용 컵을 장만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30)씨도 “음료를 사면 공짜로 준다길래 받았다”고 했다. 이씨도 텀블러 5개와 리유저블 컵 1개를 소유 중이다.

 

2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전날 스타벅스 코리아가 실시한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에 사람들이 몰리며 1시간 이상 기다려야 주문한 음료를 받고, 사이렌 오더(모바일 주문·결제) 폭주로 애플리케이션(앱) 접속 장애가 생기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스타벅스는 이날 ‘글로벌 스타벅스 50주년’을 기념해 하루 동안 전국 매장에서 제조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에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스타벅스는 ‘지속가능한 작은 실천으로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자’는 친환경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오히려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부추기면서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운동연합은 전날 논평을 내 “리유저블 컵의 재질은 대부분 ‘폴리프로필렌(PP)’으로 일회용 포장재와 배달 용기로 사용하는 일반 플라스틱”이라며 “스타벅스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를 양산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타벅스의 이번 행사는 대표적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것이다. 그린워싱은 실제로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친환경으로 과장하거나 속이는 기업 마케팅을 말한다.

 

텀블러 같은 다회용 컵이 그 자체로 친환경 제품은 아니다. 텀블러는 가공 과정에서 종이나 플라스틱 소재의 컵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2019년 한국방송공사(KBS)와 기후변화행동연구소의 공동실험 결과를 보면 300mL 용량의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카페에서 주로 쓰는 종이컵보다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보다는 13배 높았다. 

 

다만 텀블러를 거듭 사용할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든다. 매일 커피 한잔을 텀블러에 담는다면 6개월 후에는 플라스틱 컵을 썼을 때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11.9배, 1년 후에는 21배가량 감소한다. 텀블러 등 다회용 컵은 오래 써야 친환경 제품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서 스타벅스는 이번 행사에서 제공한 컵과 비슷한 다회용 컵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권장 재사용 횟수’를 20여회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번에 제공된 50주년 기념 다회용 컵의 재사용 횟수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한정판 컵을 받은 고객 중에는 앞선 사례처럼 다회용 컵을 이미 가진 경우도 많았다. 대학생 김모(22)씨와 직장인 이모(31)씨는 “텀블러 4개와 리유저블 컵 1개를 갖고 있다”면서 “텀블러가 무겁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짜여서 받았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리유저블 컵이 탐나서 커피 두 잔을 주문했다’ 등 컵을 여러 개 받았다는 후기도 잇달았다.

 

또 리셀러(되팔이상)들이 판매를 목적으로 구매 제한 수량(20개)까지 구매하기도 했다. 행사 당일부터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해당 컵을 판매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개당 4000∼80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친환경을 강조하는 커피 전문점들이 MD 상품을 자주 출시하고 시즌제 한정판을 계속 내는 것은 모순적인 행동”이라며 “다회용 컵을 팔기보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을 금지하거나 버려지는 일회용·다회용 컵을 직접 수거해 재활용에 나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