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운동하시는 곳이야.”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광진숲나루 어르신놀이터의 기구 앞에서 한 남성이 어린 딸에게 이같이 알려줬다. 그가 가리킨 ‘종합스트레칭기’는 반원형 기구에 등을 대면 상체를 뒤쪽으로 활처럼 젖히게 해 허리 등의 근육을 이완하도록 돕는다.
광진숲나루 어르신놀이터에서 운동기구를 살펴보면 그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호칭만으로도 호기심을 유발한 레이싱 트랙은 기구에 삽입된 공을 손으로 잡은 뒤 배경판에 새겨진 구불구불한 모양의 트랙을 따라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기구다. 손 운동을 통해 뇌 감각을 자극하고, 집중력 향상과 더불어 치매 예방·팔의 근력 강화에 좋다고 안내판에 적혔다.
삼각형 모양의 고리를 잡고 물결 모양의 틀을 따라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물결 건너기는 집중력을 높이고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설명됐다. 이 기구는 파동의 폭에 따라 ‘큰 물결 건너기’와 ‘작은 물결 건너기’ 두 가지로 나뉘어 설치됐다.
어르신놀이터의 기구는 상·하체와 전신, 인지 능력까지 고르게 키울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국내에서 제작돼 연구기관인 FITI(Friend of Industry Technology Information Testing & Research Institute) 시험연구원에서 국가통합 KC 인증을 받았다.
앞서 광진구는 시니어 파크를 열면서 피트니스센터에서 볼 수 있는 기존의 근력 향상 중심의 운동기구와 달리 전국 최초로 특허받은 국내산 어르신 전용 기구를 갖춘 게 특이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 종로구 지봉골 공원 내 어르신놀이터에서도 비슷한 운동기구가 눈에 띄었다. 지난 5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이 놀이터는 13가지 운동기구를 갖춰 어르신의 균형 감각 향상 등을 돕고 있다.
‘앉았다 일어나기’ 기구는 높낮이가 다른 여러 의자에서 어르신이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도록 고안됐는데, 실생활에서 수월한 차량 승·하차를 돕는다. 또 ‘앉아 균형 잡기’는 의자에 앉아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도록 돕는 기구로, 식탁에서 밥을 먹는 등 주로 의자를 활용하는 일상에서 신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어르신의 기초 신체 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돕고, 이용 시 위험도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인근 주민들은 이들 기구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어르신놀이터라는 안내와 ‘매달리면 안 된다’는 주의사항이 무색하게 기구를 멋대로 이용하는 아이들이 종종 관찰돼 보호자의 안내가 필요한 실정이다.
◆고령화 사회 맞아 지자체도 어르신놀이터에 관심
고령화 사회를 맞아 각 지방자치단체는 최근 몇 년 사이 어르신놀이터를 도입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거나 직접 운영에 들어가는 등 노인복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 공주시는 어르신놀이터 설치·운영으로 지난달 열린 ‘2021 전국 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경남 공모사업인 어르신놀이터 시범사업 대상 기관에 선정된 창원시도 예산 5700만원을 들여 지난 6월 성산구 반송공원에 도내 1호를 열었다.
김선갑 광진구청장은 “다가오는 초고령 사회에 맞춰 노인을 대상으로 한 건전한 문화생활과 복지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시니어 파크 조성사업을 ‘2021년 구 적극행정 중점과제’로 선정해 추진했다”며 “어르신의 신체 특성을 반영한 기구를 설치했으니 많은 이용 바란다”고 밝혔다.
김영종 종로구청장도 “규칙적인 운동은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고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며 “어르신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게 세심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