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보직’ 외교부 고위공무원, 5년간 급여 34억 ‘따박따박’

징계 등 이유로 대기발령서 받아
1인 연봉 환산 땐 평균 5500만원꼴
외교부 “순환근무 특성상 불가피”
인력운용 기준 등 정비 요구 확산
사진=연합뉴스

외교부 고위공무원들이 징계 등의 사유로 보직을 받지 않는 대기발령 상태에서도 최근 5년간 34억원이 넘는 급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이들에게 별도 임무를 부여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실이 30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이달까지 무보직으로 임금을 받은 고위외교관은 63명이었다. 이 기간 이들의 총 급여액은 34억2600만원이었다. 개인별 무보직 기간은 다르지만 일을 하지 않고도 1인당 연봉으로 평균 5500만원가량을 받은 셈이다.



사유별로는 징계 9명, 파견대기 19명, 보직대기 29명, 퇴직대기 5명, 개방형 직위 지원 중 1명 등이었다. 특히 징계 절차로 인한 대기 기간은 총 8년 5개월로 1인당 평균 11개월이 넘었다. 공무원 보수규정에 따르면 고위공무원의 무보직 기간 급여는 일정 부분 삭감되지만, 6개월이 지난 뒤부터 40%가 감액되는 등 절반 이상은 보존받는다.

2년 이상 일하지 않고도 급여를 받아간 고위외교관도 2명 있었다. 각각 징계와 보직대기를 이유로 2년, 2년 6개월씩 대기발령 상태에 있었다. 1년 이상 근무를 하지 않고 급여를 받은 고위외교관은 8명이었다. 외교부에선 미국이나 유럽 등 근무환경이 좋은 지역의 자리가 날 때까지 무보직으로 기다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외 대사관으로 나갔다가 돌아왔을 시 원하는 근무지가 없는 경우에도 무보직으로 대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순환근무가 필요한 외교부 특성상 일시적인 본부 대기 기간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고위공무원이 1∼2년 이상 일을 하지 않고 급여를 받아가면서 대기발령 상태에 있는 것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직 발령 기준을 좀 더 명확히 해서 무보직 대기발령자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무보직 고위공무원 활용방안으로 이들에게 임무와 연구과제를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임무 부여는 13건, 연구과제 부여는 7건으로 전체 무보직 고위외교관 수에 크게 못 미쳤다. 태 의원은 “외교부가 무보직자 대기로 인한 혈세 낭비를 막는 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