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소비 행태에 ‘양극화’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꼽히는 복권 판매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관련 불법행위도 5배로 급증했다. ‘사치성 상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명품백’과 ‘명품시계’ 등 고가 수입 제품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복권으로 한탕을 노리고, 코로나19로 한동안 소비에서 위축됐던 고소득층은 명품으로 ‘보복소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4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사상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상반기 판매액이 2조9394억원에 달해 이 추세라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 의원은 “복권 판매액이 매해 신기록을 경주하면서 복권 사칭 사기와 불법행위도 크게 증가한 만큼 복권위원회 차원에서 피해예방이나 피해구제에 더 큰 노력을 기해야 한다”며 “수탁사업자에게 복권 관련 불법행위 모니터링을 맡기고 손 놓고 있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불황 상품인 복권 판매와 관련 범죄가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고가의 수입 ‘명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기재위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입 고급 가방 판매에 부과된 개별소비세는 전년 대비 38.1% 증가한 256억원이었다. 고급 가방이나 시계는 200만원이 넘는 제품에 대해 제품 원가의 20%가 개소세로 부과되며, 여기에 교육세(개소세의 30%)와 부가가치세(제품 가격+개소세+교육세의 10%)가 붙는다. 이를 고려해 추산한 가방 판매액은 약 1741억원이었다. 또 수입 고급 시계에 대한 개소세는 792억원으로 6.1% 늘었고, 추산 판매액은 약 5386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도 수입 보석 및 진주(19.5%), 카지노용 오락기구(19.4%), 담배(29.0%) 등에 부과된 개소세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소세 국내분의 경우 지난해 캠핑용이 42억원으로 전년(4400만원) 대비 95배 늘었다. 자동차 개소세율(5%)을 고려해 추산한 지난해 캠핑용 차량 판매액은 약 937억원 규모였다. 서 의원은 “지난해 개소세 과세 현황을 살펴보면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와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