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은 ‘복권’에, 고소득층은 ‘명품’에… 코로나가 부른 소비 양극화 [뉴스+]

2020년 복권 5조원 이상 팔려
2019년비 13% 증가… ‘사상최대’
서민들 팍팍해진 살림 반영
복권관련 불법행위도 5배 ↑

명품가방·시계·보석 등 불티
고급가방 개소세 38%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 소비 행태에 ‘양극화’가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잘 팔리는 ‘불황형 상품’으로 꼽히는 복권 판매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관련 불법행위도 5배로 급증했다. ‘사치성 상품’으로 분류돼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는 ‘명품백’과 ‘명품시계’ 등 고가 수입 제품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복권으로 한탕을 노리고, 코로나19로 한동안 소비에서 위축됐던 고소득층은 명품으로 ‘보복소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복권 판매액은 5조4152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사상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상반기 판매액이 2조9394억원에 달해 이 추세라면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복권판매액이 늘자 복권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을 사칭하는 피싱 사기와 복권정보를 도용해 운영하는 사설 불법도박 사이트 신고 건수도 폭증했다. 복권 관련 불법행위 신고건수는 2019년 385건에서 지난해 1938건으로 5.0배로 불어났다. 그중 동행복권 사칭 및 제휴 사칭은 같은 기간 39건에서 101건으로 2.6배, 복권정보를 도용한 불법도박은 346건에서 1837건으로 5.3배로 각각 증가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동행복권 사칭 및 제휴 사칭 신고건수는 68건, 복권정보를 도용한 불법도박 신고 건수는 642건으로 모두 710건에 달했다.

복권수익은 사실상 ‘조세저항이 없는 세금’, ‘경제적으로 취약한 서민이 더 많이 내는 세금’으로 불린다고 고 의원은 지적했다. 또 최근 급증한 복권 판매액과 복권 관련 사기 피해는 코로나19 피해로 어려워진 서민층의 경제상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복권 판매액이 매해 신기록을 경주하면서 복권 사칭 사기와 불법행위도 크게 증가한 만큼 복권위원회 차원에서 피해예방이나 피해구제에 더 큰 노력을 기해야 한다”며 “수탁사업자에게 복권 관련 불법행위 모니터링을 맡기고 손 놓고 있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편에서는 불황 상품인 복권 판매와 관련 범죄가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고가의 수입 ‘명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명품관 앞 장사진 4일 서울의 한 백화점 명품관 앞에 몰려든 고객들이 개점을 기다리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서병수 의원이 국세청·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산 고급 가방 판매에 부과된 개별소비세가 1년 전보다 38.1% 증가한 256억원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장기화 와중에도 고가제품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 기재위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국세청과 관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입 고급 가방 판매에 부과된 개별소비세는 전년 대비 38.1% 증가한 256억원이었다. 고급 가방이나 시계는 200만원이 넘는 제품에 대해 제품 원가의 20%가 개소세로 부과되며, 여기에 교육세(개소세의 30%)와 부가가치세(제품 가격+개소세+교육세의 10%)가 붙는다. 이를 고려해 추산한 가방 판매액은 약 1741억원이었다. 또 수입 고급 시계에 대한 개소세는 792억원으로 6.1% 늘었고, 추산 판매액은 약 5386억원에 달했다.

이 밖에도 수입 보석 및 진주(19.5%), 카지노용 오락기구(19.4%), 담배(29.0%) 등에 부과된 개소세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개소세 국내분의 경우 지난해 캠핑용이 42억원으로 전년(4400만원) 대비 95배 늘었다. 자동차 개소세율(5%)을 고려해 추산한 지난해 캠핑용 차량 판매액은 약 937억원 규모였다. 서 의원은 “지난해 개소세 과세 현황을 살펴보면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와 자산가치 상승에 따른 소비 패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