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정감사 둘째날인 5일도 여야는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두고 곳곳에서 정면충돌했다. 지난 1일에 이어 이날 역시 국감이 진행된 대부분 상임위원회에서 대장동 의혹 관련 특별검사 도입과 증인 채택 문제 등을 둘러싼 막말 섞인 설전이 벌어졌다. 일부 상임위에선 국감이 한때 파행되는 일도 되풀이됐다. 올해 국감이 ‘대장동 블랙홀’에 휩싸이면서 정책 국감이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감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교육위, 국방위, 국토교통위, 기획재정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문화체육관광위, 법제사법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정무위, 행정안전위, 환경노동위 등 12개 상임위 곳곳에선 야당 의원들이 내건 ‘대장동 특검 수용 촉구’ 손피켓에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줄줄이 파행을 빚는 일이 다시 연출됐다.
과기방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본격적인 국감이 시작되기도 전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원욱 위원장과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 간 설전이 오간 끝에 파행됐다. 박 의원이 방통위 업무보고 도중 “보고를 중단하라”는 등의 발언을 하자 이 위원장은 “야당 간사가 버르장머리 없게 뭐 하는 것이냐”며 “버릇 고치라”고 소리쳤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발끈하고 나섰고, 결국 감사가 45분여 간 중지됐다가 재개됐다.
농해수위, 산자위 등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꺼내든 피켓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농해수위에선 국감장 불출석으로 응수했고, 산자위에선 ‘50억 클럽 돈 받은 자가 범인이다!’라고 적힌 피켓을 준비해왔다. 앞서 여야 간사가 피켓을 내걸지 않기로 합의한 교육위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문구가 담긴 마스크와 리본 등을 착용하고 와 또 다시 충돌이 빚어졌다.
문체위의 문화재청 등에 대한 국감에선 무소속 곽상도 의원의 아들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다. 앞서 자산관리사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곽 의원의 아들 병채씨는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곽씨는 대장동 개발 사업지에서 문화재가 발견돼 공사가 지연됐는데, 자신이 이를 해결해 퇴직할 때 거액의 성과급이 함께 지급됐다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곽씨가 당시 27살이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 아들도 지금 27살인데 취업준비생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취업준비생이 아직 직업도 못 가진 나이에, 이런 놀라운 능력을 부린 것”이라며 “곽 의원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그렇다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특검을 진행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역공을 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출석한 이날 법사위에선 여야 유력 대선 주자들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각각 받고 있는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질문이 쏟아져나왔다.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박 장관에게 “(지난해 4월 당시) 현직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가 미래통합당(국민의힘의 전신)과 결탁해 총선 결과를 뒤집어엎으려 기도한 사건인데, 요즘 어디로 실종됐느냐”며 “결연한 의지를 밝혀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몸통’이 아니라며 “윗선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은 이른바 ‘채널A 사건’을 두고 1대 1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무위에선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을 거론하며 “희대의 투기 사건의 전모를 밝힐 마지막 기회인 만큼, 이(재명) 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은 아예 이, 윤 후보를 증인으로 동시에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무소속 곽 의원 아들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