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장 재직 시절 특정부지 개발 인·허가와 관련해 주택건설 업체로부터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이 5일 구속됐다.
수원지법 이기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받는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피의자의 사회적 지위, 사건 관련자와의 관계,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사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증거 인멸의 염려가 인정된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정 의원은 용인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용인시 기흥구 일대를 한 주택개발업체가 대거 사들여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브로커를 통해 A 시행사에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인허가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자신의 지인 등이 이 일대 땅을 시세보다 싸게 넘겨받을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한옥을 또 시세의 반값 아래로 정 의원 딸에게 넘긴 정황도 보인다.
정 의원은 당시 알고 지내던 부동산중개업자 B씨에게 브로커 역할을 제안했고, 지시를 받은 B씨는 A사 대표를 만나 “인허가를 받아 개발해야 하지 않나. 그러려면 시세보다 싸게 땅을 넘겨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후 정 의원의 친형은 2016년 2월 A사가 보유한 보라동 개발 예정지 일부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의원이 이런 수법으로 지인들에게 보라동 일대 땅을 싸게 살 수 있도록 했다고 보고, 특가법상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지난 달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파악된 뇌물 액수는 4억 6000여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했고, 법원은 연휴가 끝난 뒤인 이날 영장실질심사를 열어 정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된 정 의원은 경찰에서 보강 조사를 받은 뒤 추후 검찰로 송치될 예정이어서 재판에 넘겨지기까지는 최장 한 달여가 소요될 전망이다.
전임 민선 시장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은 경기 용인시는 정 의원 구속으로 ‘용인시장 잔혹사’의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용인시는 민선 1기에서 5기까지 역대 시장들이 각종 비리 사건에 연루돼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민선 1기 윤병희 전 시장이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은 데 이어 민선 2기 예강환 전 시장은 아파트단지 건축과 관련한 비리로 징역 5년에 추징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어 민선 3기 이정문 전 시장은 ‘혈세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쓴 용인경전철 사업 과정에서의 비위와 부정행위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추징금 1만달러형을 확정받았다. 민선 4기 서정석 전 시장도 근무성적평정 서열을 조작하는 ‘인사 비리’ 관련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민선 5기 김학규 전 시장 역시 건설업자에게 청탁과 함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민선 6기 시장을 지낸 정 의원은 2018년 퇴임 이후 별다른 구설 없이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결국 이날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