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야외에 나가서 동식물을 직접 관찰하지 않더라도 연구실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 검색만으로 생태학을 연구하는 분야가 있다. 인터넷(internet)과 생태학(Ecology)을 합친 분야로 최근 보전생물학에서 주목하는 인터넷 생태학(iEcology)이다. iEcology가 기존 생태학 연구와 가장 큰 차이는 소수의 생태학자가 실험을 통해 획득한 자료가 아닌 전 세계 50억명가량 되는 인터넷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만든 자료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iEcology는 18억개 이상의 웹페이지와 하루 300만개 이상 작성되는 블로그 글, 4000만개 이상 게재되는 사진, 3억건 이상 공유되는 트위터 글, 35억번 이상 검색되는 단어 등 인터넷상 모든 자료를 이용한다. 2020년 iEcology를 처음 제안한 체코 과학원 소속 이반 야리치 박사는 “인터넷의 문자, 이미지, 영상, 소리 등을 이용해서 생태학의 연구주제인 생물발생과 생물 특성, 식물성장, 동물행동 등 생태계와 생태계 변화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개인이 촬영한 사진을 인터넷에 공유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봄철에 피는 ‘벚꽃’을 검색해보면 해시태그 ‘#벚꽃’이 포함된 약 500만건의 사진이 검색된다. 각 사진이 게재된 날짜를 정리하면 벚꽃이 언제 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해시태그에 장소명이 포함돼 있다면 언제 어디서 벚꽃이 폈는지도 알 수 있다. 인터넷 사진만으로 식물이 꽃을 피우는 시기를 연구하는 식물계절학을 연구한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사람들이 가을철 단풍으로 유명한 ‘설악산’과 ‘내장산’을 얼마나 많이 검색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결과를 보면 설악산을 내장산보다 더 많이 검색했다. 이런 정보로 사람들은 가을철에 내장산보다 설악산에 관심이 더 많아 설악산에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방문객이 어디에 얼마나 방문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 국립공원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기술은 당연히 생태학이 아닌 컴퓨터과학 분야에서 개발됐다. 2008년 세계 최대 검색사이트인 구글은 독감과 관련된 단어의 검색량과 실제 독감에 걸린 사람 수 간의 관계를 확인했다. 검색량으로 독감 유행 시기를 예측하는 것이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의 예측보다 1주 이상 빠르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구글은 독감 트렌드 서비스까지 내놓았다. 지금이야 인터넷 검색량을 이용해 정치인의 관심도를 측정해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놀랄 만한 발견이었다. 이후 2010년에는 미국 하버드대 연구원이었던 장 밥티스트 메셜과 에레즈 리버먼 에이든이 1800년부터 2000년 사이에 출판된 서적에서 특정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디지털 문자에서 인간사회의 문화를 정량적으로 분석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게 됐다. 그리고 이런 연구방법을 문화(Culture)와 생물체(-omics)라는 단어를 합성해 문화체학(Culturomics)라고 불렀는데 ‘문화도 생물처럼 변한다’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