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는 1991년 2월3일 자 1면에 ‘수서택지분양 특혜 정·경·관 유착 의혹’제하의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이 특종보도는 6공화국 최대 권력형 게이트인 ‘수서비리’가 세상에 드러나는 도화선이었다. 기사에는 청와대와 당시 야당인 평화민주당이 서울 강남구 수서지구 분양과 관련해 서울시에 협조공문을 보낸 사실이 담겼다. 한보그룹이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뇌물을 뿌려 무주택 서민에게 분양하기로 했던 수서지구를 특혜 공급받아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닮은꼴이다. 이 사업은 1조1500억원을 들여 96만8890㎡ 부지에 5903가구를 건설한 것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 사업자가 2015년 7월 특수목적법인(성남의뜰)을 공동 설립해 진행했다. 시행사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자회사 천화동인의 1∼7호 사주가 3억5000만원(지분 7%)을 출자해 배당금 4040억원과 분양이익 3000억원을 챙겼다. 수익은 잔여 사업까지 합치면 그 규모가 1조원대로 불어난다. 이 돈은 ‘민관 합작’이라는 미명하에 원주민의 땅을 헐값에 사들여 시민들에게 비싼 값에 떠넘겨 짜낸 것이다. 화천대유 측 인사들은 정관계와 법조계에 거액의 뇌물이나 보험용 로비자금을 뿌린 정황이 포착됐다. 이도 모자라 고가의 강남빌딩과 호화주택 등을 ‘쇼핑’했다니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오죽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제2의 수서 사태와 맞먹는 정관계 로비 부패의 아수라장”이라고 했을까.
민관 유착 추문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은 지난 주말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을 배임·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에 개발이익을 몰아주도록 사업을 설계해 시민과 성남도공에 수천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화천대유 사주로부터 개발이익의 25%인 700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올 1월 5억원을 챙겼다. 유 전 본부장은 여권 유력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의 측근으로 꼽힌다. ‘이재명의 장비’, ‘넘버3’로 불릴 정도다. 그는 2010년 이 지사의 성남시장 선거를 도와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으로 발탁됐고, 이 지사가 경기지사에 당선된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까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