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유용행위(기술탈취) 근절 의지를 밝혔지만, 피해기업 권리 구제 정책들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분쟁 조정이나 행정조사 등의 성과가 적은데다 행정처분 강제성이 떨어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늑장조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경만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생조정위는 민간 전문가와 중기부, 공정위, 대검찰청, 경찰청, 특허청 등을 중심으로 한 민관 합동위원회다. 조정·중재가 성립되지 않으면 사안에 따라 공정위·중기부 또는 검찰·경찰이 해당 건을 맡아 처리하게 된다.
2019년부터 올 4월까지 총 8차례 열린 상생조정위에는 기술탈취를 비롯해 불공정거래 사례 등 55건이 안건으로 올랐다. 하지만 이 중 조정이 성립된 건 절반에 못 미치는 24건 뿐이다. 특히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는 상정(19건) 안건 중 5건만 조정이 이뤄졌다.
기업 간 기술침해 행정조사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김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확보한 ‘최근 4년(2018년~2021년8월) 기술침해 행정조사 진행 현황’을 보면 총 44건의 행정조사가 진행됐다. 26건이 종료됐고 18건이 진행 중인데 ‘요건 검토’ 단계로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가 8건에 달한다. 일부(5건)는 ‘조사불개시’로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채 종료됐다.
가해기업에 대한 솜방망이 행정처분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공정위가 최근 5년(2017~2021년) 처리한 92건의 기술유용 사건 중 16건만이 고발·과징금·시정명령이 내려졌다. 심사불개시 32건, 무혐의 12건 등으로 대다수 사건이 가해기업에 대한 행정처분 없이 종료됐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공정위의 조사 지연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전 교수는 “공정위 늑장조사 원인으로 인력부족과 대기업이나 대형 법무법인에 재취업한 공정위 직원이 많은 점, 법원이 제공하는 사건검색 서비스와 같은 제도적 장치 미비 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관예우 때문이라는 지적은 사실 여부를 떠나 공정위에는 매우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며 “사건 조사가 어렵고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술탈취는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 1년 이내 조치하는 규칙을 개정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공정위가 신고 받은 사건을 심사도 안하고 종결한다는 비판에 대해 “신고 접수부터 진행 경과, 결과 조회 등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김경만 의원은 “피해기업 권리구제 실효성 높일 수 있는 법과 제도 개선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며 “중기부, 특허청, 공정위 등 관련 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상생조정위원회 기능 강화와 행정조사 처분(시정권고) 강제성을 높이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