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아시아급 선수 다수 보유 불구 1·2차전서 무기력한 경기력 보여 손흥민·황의조·황희찬 출격 대기 시리아 밀집수비 공략 여부 관건
맛없는 음식을 내놓는다고 모든 요리사가 비난받는 것은 아니다. 재료 탓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좋은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요리사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이 딱 이런 상황이다. 한국 축구는 탈아시아급 국제경쟁력을 갖춘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 예선 과정에서 속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지난 9월 A매치 기간 동안 열린 이라크, 레바논과의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1, 2차전에서 답답한 공격 끝에 2경기 1득점으로 1승1무에 그쳤다. 벤투 감독의 공격전술 역량에 대한 의문도 커졌다.
이런 벤투호가 7일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최종예선 3차전을 벌인다. 이번 경기에 나설 손흥민(29), 황의조(29), 황희찬(25)을 중심으로 한 공격라인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단순히 소속리그와 팀의 이름값 때문만이 아니다.
세 선수는 해당 리그에서 최고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
자타 공인 아시아 최고 선수인 손흥민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이 시즌 초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확고한 에이스로 리그 정상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공격포인트도 리그 6경기 만에 4개나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그앙 보르도에서 두 자릿수 골을 터뜨리며 유럽무대 안착에 성공한 황의조도 9월 들어 3골을 터뜨리며 골 감각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오프시즌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 라이프치히에서 EPL 울버햄프턴으로 이적한 황희찬도 3골로 리그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알리 다에이, 가가와 신지 등 일부 아시아권 선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세 선수가 빅리그에서 일제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시아 축구 전체에서 거의 없었던 일이다. 초호화 공격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만약 시리아전에서도 대표팀의 답답한 공격이 이어진다면 벤투 감독은 궁지에 몰릴 게 뻔하다. 물론 시리아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2차 예선에서 중국을 제치고 A조 1위를 차지했다. 최종 예선에서는 이란을 상대로 1골만 내주며 0-1로 패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와는 1-1로 비겼다. 강호를 상대로도 쉽게 득점을 내주지 않는 탄탄한 팀이다. 이 수비를 뚫으려면 그동안 대표팀이 보여주지 못한 빠른 공수전환과 세밀한 세부전술이 필수다. 수준 높은 공격전술을 이번 경기에 풀어내야만 한다.
벤투 감독은 경기 하루 전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지난 1차전에서는 몇 번의 좋은 찬스를 만들었고, 2차전은 더 많은 기회를 창출했다”면서 “이번 경기에서는 공격수들을 최대한 잘 활용해 득점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으로서도 승리가 절실하다. 홈에서 펼쳐진 1, 2차전에서 승점 4점에 그쳐 이란과의 원정 4차전을 앞두고 승점 3점을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상대를 분석해 최적 공략법을 찾아 승점 3점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헛 장담’이 아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