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은행권 대출 축소… 연말까지 ‘좁은문’ 예고 [뉴스+]

지난 3일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상품 안내문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NH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중단으로 시작된 금융권의 대출 축소가 은행권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은행권 대출 증가율 마지노선으로 6%를 잡고 있는데, 이미 주요은행 평균치가 5%에 육박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말까지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셈이다.

 

KB국민은행은 6일 지점별로 가계 대출 한도를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점의 신규 대출 한도가 차면 연말까지 사실상 대출을 중단하는 내용이 골자다. 국민은행은 서민·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집단대출, 공사 보금자리론, 기금대출은 이 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5대 시중은행 중 지난 8월24일부터 대출을 중단한 NH농협의 연말 대비 7월말 기준 대출 증가율은 7.1%였다. 하지만 KB국민은행 2.6%, 신한은행 2.2%, 우리은행 2.9% 수준에 불과했고, 그나마 하나은행이 4.4%로 다소 높았다.

 

하지만 불과 두달여 사이에 상황은 크게 변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에도 대출이 계속됐고, 5대 은행의 9월 가계대출 잔액은 70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지난해 연말 대비 대출 증가율도 4.9%로 5%에 다다랐다.

 

이날 사실상의 대출 중단 수순에 돌입한 KB국민은행의 경우 5일 기준 대출 증가율은 5%다. 국민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8월 3.6%에서 9월 4.9%로 빠르게 상승해 왔고, 연말까지 6%를 지키려면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은행에 앞서 이미 우리은행도 지점별 한도 관리를 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9월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은 4.05%로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월별·지점별로 통제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9월말 기준 가계 대출 증가율이 5.19%로 5%를 넘기면서 5일부터 ‘하나원큐 신용대출’과 ‘하나원큐 아파트론’ 대출의 갈아타기를 중단한 상황이다.

 

5대 은행 중 그나마 신한은행은 9월말 기준 대출 증가율이 3.02%로 다른 은행에 비해 여유가 있지만, 타 은행의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경우 대출 증가율이 단기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대출 규제를 피하려면 보험사나 저축은행 등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보험사들도 부동산 관련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있고, 비싼 이자는 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적어도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정책에는 변화의 조짐이 없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재 가계부채 관리는 강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도 관리 강화추세는 계속 가져가려 한다”고 강조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지금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의 대부분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인 ‘6%대’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질문에는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그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 위원장은 전세자금 마련 등 실수요자까지 대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다만 실수요자 보호 부분을 조화롭게 하면서 시장이 적응하면서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이달 중순 가계부채 보완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