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정 고택 ‘비사벌초사’ 철거 위기 벗어나… 전주시 “보존 지원”

전북 전주시 남노송동에 자리한 '비사벌초사' 모습. 신석정 시인이 시를 쓰며 가꾼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신석정(1907~1974) 시인의 고택이자 전북 전주시 미래유산인 ‘비사벌초사’가 주택 재개발사업으로 인한 철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7일 전주시에 따르면 신석정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가 후대에 전해질 수 있도록 문화유산 긴급보수 예산을 활용해 비사벌초사 보존을 지원한다.

 

또 비사벌초사 인근에 ‘비사벌초사문학관’을 건립하고, 한옥마을 최명희문학관과 고하문학관을 연계한 문학기행 등 프로그램을 운영해 전주를 빛낸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정원을 만드는 ‘시인의 정원’ 사업을 함께 추진한다. 비사벌초사를 중심으로 시인을 기리는 공간을 점에서 면으로 넓히는 용역도 발주할 계획이다.

 

비사벌초사는 신석정 시인이 1961년 부안에서 전주로 이사와 생을 마감할 때까지 14년간 생활하면서 창작과 후학 지도를 했던 곳이다. 고택 이름은 전주의 옛 지명 ‘비사벌’과 볏짚 등으로 지붕을 인 집을 뜻하는 ‘초가’를 결합해 시인이 지었다.

 

신석정 시인은 생애 5권의 시집을 냈는데, 이 중 ‘빙하’, ‘산의 서곡’, ‘대바람 소리’ 등을 이곳 비사벌초사에서 집필했다. 나머지 2권은 생가인 청구원에서 펴낸 ‘촛불’, ‘슬픈 목가’다.

 

시인은 당대 시조시인 이병기, 청록파 시인 박목월, 박두진, 순수 서정시를 추구한 김영랑, 원로시인 김남조 등 많은 문인이 이 집을 사랑방 삼아 교류하며 문학과 인생을 논했다.

 

시인은 일반적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한 ‘목가시인’으로 알려져 있으나, 일제에 항거하며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절필하는 등 민족정신이 남달랐다. 해방 후에는 독재정권에 맞서 1961년 조국의 현실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시 ‘단식의 노래’ 등 세 편을 발표했다가 남산 대공분실에 끌려가 혹독한 취조를 받고 풀려난 일화도 있다.

 

전주시는 신석정 시인을 비롯해 많은 문인의 체취와 애환이 녹아 있는 창작공간인 비사벌초사의 가치와 의미를 높이 평가해 2017년 전주시 미래유산 14호로 지정했다.

 

비사벌초사는 현재 주택 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전주시 남노송동 병무청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작은 기와지붕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시인이 시를 쓰며 틈틈이 가꿨던 정원도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 남노송동 주택 재개발 예정 부지에 자리한 신석정 시인의 고택 '비사벌초사'

고택은 1994년 한 전직 교사가 부인과 함께 고택을 매입해 가옥으로 쓰다 2018년부터 신석정 시인의 문학세계를 동경하는 문학인과 학생, 관광객 등을 맞는 전통찻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주시는 2018년 이 집이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에서 큰 가치를 있다고 보고 ‘전주시 미래유산 14호’로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 재개발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일대의 낡은 단독주택 등을 허물고 13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신축하는 재개발 사업을 추진해 철거 위기에 놓였다.

 

이에 지역 문학예술인들은 시인의 올곧은 삶과 정서, 민족혼, 예술혼이 배어있는 비사벌초사의 보존을 요구했다.

 

전북작가협회는 지난달 입장문을 통해 “신석정 시인의 자양분을 받고 자란 회원들은 시인의 정신이 깃든 비사벌초사를 현 위치에 원형대로 보존해 우리 역사와 후손들이 길이 기억하고 가꿔가도록 해야 한다”며 재개발추진위에 사업 재검토를 요구했다.

 

앞서 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비사벌초사 지키기 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 8월 전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인의 삶과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고택 원형을 보존하고 문학관 건립과 도로명 변경 등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신석정 시인은 전주에서 시를 쓰고 문인들과 교류하고 제자를 길러내고 전주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미래유산에 걸맞도록 비사벌초사를 지키고 신석정 문학관과 시인의 정원을 건립·조성하는 등 기림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