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영예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필리핀의 마리아 레사(58),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59) 등 언론인 2명에게 돌아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지속되는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노력을 높이 평가해 이들 2명을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또한 레사와 래플러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뉴스 확산, 반대파 탄압, 여론 조작을 기록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레사는 노르웨이 TV2 채널과 한 인터뷰에서 "(필리핀) 정부가 분명 기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약간 충격이고 감정이 북받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래플러와 한 인터뷰에서는 "팩트 없는 세상은 진실과 신뢰가 없는 세상을 뜻한다"며 자신의 수상에 대해 "아무것도 팩트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레사는 18번째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미국·필리핀 이중국적자인 레사는 CNN 마닐라·자카르타 지국장을 지냈다.
무라토프에 대해 노벨위는 "러시아에서 수십 년에 걸쳐 점점 더 험난해지는 환경에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해 왔다"고 평했다.
그는 1993년 독립 신문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다.
이 매체는 팩트에 근거한 저널리즘과 기자 정신을 바탕으로 검열사회로 비판받는 러시아에서 중요한 정보 제공처로 주목받았다.
이 신문이 창간한 이래 기자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체첸 지역에서 러시아가 자행한 인권유린 문제를 집중해서 다루다가 2006년 살해된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다 등의 사례가 있다.
무라토프는 편집장을 맡아 보도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노력해 왔다.
무라토프는 러시아 타스통신에 "이 상은 내 것이 아니라 노바야가제타의 것"이라며 이 상이 "언론의 자유라는 권리를 수호하다가 살해된 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무라토프는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무너진 뒤 처음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러시아인이라고 보도했다.
소련 붕괴 전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인권운동을 벌인 물리학자 안드레이 사하로프가 각각 1990년과 1975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기반을 둔 저널리즘은 권력남용과 거짓, 전쟁 선전에 맞서는 역할을 한다"며 "노벨위는 표현의 자유와 정보의 자유가 대중의 알 권리를 확보하며, 이는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고 전쟁과 분쟁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한다"고 강조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이번 수상자 발표에 "저널리즘 수호를 위해 집결하라는 요구"라고 평가하면서 "저널리즘에 대한 특별한 헌사이기에 기쁘지만, 전 세계 저널리즘이 현재 위험에 처했고 약화했으며 위협받기에 긴박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번 반체제 언론인들의 수상이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갈등을 부를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인권을 위해 장기간 비폭력 투쟁을 벌여온 류샤오보(劉曉波)가 2010년 평화상을 받자 중국은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무라토프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축하한다는 입장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무라토프에게 재능 있고 용감한 인물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리는 무라토프에게 축하할 수 있다"며 "그는 자신의 이상을 위해 계속해서 일해 왔다"고 말했다.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2번째로 수여된다.
올해까지 단독 수상은 69차례였으며 두 명 공동 수상은 31차례, 3명 공동 수상은 2차례였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천만 크로나(약 13억5천만원)가 지급된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는 지난 4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까지 발표됐고 11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공개되면서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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