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전세계약하고 전세자금대출 승인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너무 답답하네요.”
50대 A씨는 올해 초 출산한 딸을 자주 보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서 경기 김포시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현재 살던 집의 전세보증금을 합쳐도 2억여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 시중은행에 전세자금대출을 신청한 상태다. A씨는 “대출받는 데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고 했던 은행 담당자 말을 믿고 계약을 마쳤는데, 갑자기 전세대출이 막힐지 모른다는 뉴스가 나와서 불안한 마음에 잠을 설쳤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전세대출 규제 강화 방침을 성토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한 청원인은 자신을 경기권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라고 밝히며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그는 “규제 시기와 재계약 시기가 겹친다는 이유만으로 계약금을 날리게 생겼다”면서 “지금껏 모은 재산의 절반을 날릴 수 없으므로 제2, 3금융권에 손을 벌리게 될 것 같다”고 호소했다.
대출규제 강화 소식에 전세계약을 서두르는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추석 연휴 기간 한풀 꺾였던 전셋값 상승세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 수도권 전셋값은 0.24%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올해 말 은행권 대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날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의 올해 대출 한도는 거의 소진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시중은행의 대출 증가율 마지노선을 지난해 말 대비 최대 6%로 잡고 집중 관리 중인데, 이미 5대 시중은행의 증가율은 5%에 육박했다. 지난 7일 기준 대출 증가율은 △KB국민 5.06% △신한 3.16% △하나 5.23% △우리 4.24% △NH농협 7.14%로 평균은 4.97%다. 인터넷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카카오뱅크가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과 전월세보증금 대출 등을 이미 중단했고, 이제 막 출범한 토스뱅크도 조기 대출 중단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