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세 도입이 최종 합의되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세 도입 이후에도 납부해야 하는 세금 총액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이 향후 해외사업 등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237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15.1의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올려 디지털세 ‘필라1’(매출발생국에 과세권 배분) 대상이 된다. SK하이닉스도 매출 32조원, 영업이익률 15.7%를 기록해 지난해 기준으로는 적용 대상이다. 필라1은 연간 연결매출액이 200억유로(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무엇보다 당장 적용 대상 기업의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적용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이 조항이 이행되는 2023년부터 세계 어느 곳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현지에서 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기업 가운데 세율이 낮은 외국에 법인을 둔 기업의 경우 종전보다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필라2 도입에 따라 국가 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기업에게는 세제 이외의 경영환경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 각 기업의 맞춤형 해외진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이번 디지털세 합의가 거부할 수 없는 글로벌 조세 개혁의 흐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도록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적용 대상이 당초 IT 업종에서 대부분의 업종으로 확대되고 최저한세율 적용 대상에 국내 수출기업이 상당수 포함되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며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부담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외진출 전략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