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측 “무효표 당헌당규 위반”… 송영길, 이의제기 수용 거부

이낙연측 “경선불복 아닌 비디오 판독 신청”
이재명 “팀 승리하기 위해 최선”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송영길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지도부-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견례''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경기지사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지 하루 만에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후보의 무효표 처리를 놓고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정세균 전 국무총리·김두관 의원이 사퇴 전까지 얻은 표를 무효로 처리한 것은 당헌·당규 위반이라며 이의신청에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당헌·당규대로 처리했다”며 이의 제기 수용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에서 뜻을 굽히지 않아 당내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낙연 캠프 종합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11일 오후 여의도 중앙당사를 찾아 당 총무국에 이의신청 서류를 냈다. 최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무효표 처리를 취소하고 결선투표를 치러야 그게 진정한 원팀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라며 “당 최고위가 적극 논의하고 수용하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 측 홍영표 의원은 앞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후보직 사퇴 전까지 각각 얻은 2만3731표와 4411표를 모두 유효 투표에 합산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선투표를 요구했다. 이 전 대표 측 계산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50.29%에서 49.3%로 과반에 미달한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불복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광온 의원은 “스포츠 경기에서 심판도 실수할 수 있으니 비디오판독을 요청하지 않는가”라며 “비디오판독을 신청했다고 경기 불복이라고 말하진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당 선관위는 이의신청서가 접수된 만큼 즉각 논의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당 안팎에서는 후보가 확정된 만큼 다시 결선투표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상민 당 선관위원장도 전날 경선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규에 중도 사퇴한 후보는 무효 처리한다고 돼 있고, 당규대로 그대로 실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송 대표가 이 후보 선출을 즉각 엄호하면서 ‘이심송심’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는 등 원팀 기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이 불복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논란이 장기화한다면 대선 본선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캠프 홍영표 공동선대위원장 등 소속 의원들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지도부의 경선 결과 발표는 명백히 당헌·당규에 위배된다”며 “지도부는 즉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당헌·당규 위반을 바로잡는 절차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송 대표는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신청에 대해 즉각 “우리 당은 어제(10일) 이재명 후보를 20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 발표했고, 제가 추천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분열됐을 때 군사 쿠데타가 발생했다. 30년에 걸쳐 영호남을 통합하고 전국적인 민주당을 만든 과정을 이낙연 총리께서는 기자 시절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 16대 국회를 하며 같이 겪어온 분”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은 함께하며 이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원팀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개개인을 넘어 민주당에 주어진 소명”이라며 ‘원팀’을 강조했다.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고 전했다. 송 대표는 또 이날 오후 국회 최고위에서 이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도 “이제부터 이 후보는 단순히 경기도지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집권 여당,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스1

이재명 후보도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당 지도부와 가진 간담회에서 “개인의 선거가 아니고 대한민국의 운명이 결정되는 민주개혁세력 전체의 선거”라며 “하나의 팀원이고, 팀 자체가 승리할 수 있도록 각자가 정해진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당의 일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