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투매에 ‘7만 전자’ 붕괴… 개미들이 2900선 간신히 방어

코스피 ‘검은 화요일’

전일대비 39P 빠진 2916.38 마감
원·달러 환율 한때 1200원 넘어
글로벌 공급부족·인플레 우려에
개인투자자 9794억 순매수 불구
삼성전자 열 달 만에 6만원대로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
12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모습. 연합뉴스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민주식’ 또는 ‘7만(7만원대 주가) 전자’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10개월 만에 6만원대로 내려앉았다. 3분기 잠정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73조원으로 집계됐음에도 최근 중국의 전력난이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등의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하락에 코스피도 2900선마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데다 원·달러 환율도 한때 1200원이 넘는 등 국내 증시에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까지 작용하며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하락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9.92포인트(1.35%) 하락한 2916.3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2.96포인트(1.36%) 내린 940.15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6.08포인트(0.21%) 내린 2950.22에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오전 한때 2901.51까지 떨어지며 2900선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오후 들어 반등과 하락을 거듭했으나 1%대 하락을 피하지 못하고 2910선에 장을 마쳤다. 수급별로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이 9794억원 순매수했으나 외국인이 9246억원을 내다팔았다. 여기에 기관도 199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하락장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500원(3.5%) 하락한 6만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3분기 잠정 매출액이 73조원으로 사상 최대치인 것으로 발표됐음에도, 이날 7만원 선이 무너진 것은 연말 이후의 반도체 업황 둔화 전망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제유가 폭등으로 불거진 인플레이션 우려와 대출 규제 및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증시 수급 악화 등 삼성전자 기업 자체의 요인보다는 이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요인이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우려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 부진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경제 상황은 증시에 부정적이다. 중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에 걸친 에너지 대란 속에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17달러(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1.5% 오른 배럴당 83.65달러로 80달러대를 넘어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 원인으로 ‘공급 부족 우려’를 꼽았다. WSJ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고유가에도 기존의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증폭했다”며 “원유는 물론 석탄·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의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12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4.6원) 대비 1.4원 오른 1196.0원에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1200원대에 올라섰다. 이후 11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198.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28일(1201.0원)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가중되면서 글로벌 증시도 하락세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0.19포인트(0.72%) 하락한 3만4496.06으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장보다 30.15포인트(0.69%) 떨어진 4361.1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93.34포인트(0.64%) 하락한 1만4486.20으로 각각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위축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05% 내린 1만5199.14로 떨어졌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도 0.02% 하락한 4072.52로 장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