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민주식’ 또는 ‘7만(7만원대 주가) 전자’로 불리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10개월 만에 6만원대로 내려앉았다. 3분기 잠정 매출액이 사상 최대치인 73조원으로 집계됐음에도 최근 중국의 전력난이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 등의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하락에 코스피도 2900선마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데다 원·달러 환율도 한때 1200원이 넘는 등 국내 증시에 비우호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까지 작용하며 앞으로도 국내 증시의 하락장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공급망 병목현상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 우려가 단기간 내 해소되기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국내 증시 부진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경제 상황은 증시에 부정적이다. 중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에 걸친 에너지 대란 속에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17달러(1.5%) 오른 배럴당 80.52달러로 마감했다. 브렌트유도 1.5% 오른 배럴당 83.65달러로 80달러대를 넘어섰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 원인으로 ‘공급 부족 우려’를 꼽았다. WSJ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최근 고유가에도 기존의 증산 속도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증폭했다”며 “원유는 물론 석탄·천연가스 가격도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고 보도했다.
국제유가의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는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끼쳤다. 12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194.6원) 대비 1.4원 오른 1196.0원에 출발한 뒤 상승 폭을 키우며 장중 1200원대에 올라섰다. 이후 119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전 거래일보다 4.2원 오른 1198.8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7월28일(1201.0원)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감이 가중되면서 글로벌 증시도 하락세다.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50.19포인트(0.72%) 하락한 3만4496.06으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장보다 30.15포인트(0.69%) 떨어진 4361.1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전장보다 93.34포인트(0.64%) 하락한 1만4486.20으로 각각 마감했다.
유럽 증시도 위축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0.05% 내린 1만5199.14로 떨어졌고,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도 0.02% 하락한 4072.52로 장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