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의 한 꽃나무 앞. 어린 딸의 손을 잡은 A(41)씨는 분홍색 수국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양부모에게 학대를 받다 생후 16개월에 숨진 ‘정인이’가 묻힌 곳이다. A씨가 정인이를 만나러 온 것은 이날이 두 번째다. 서울 관악구 집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정인이 기일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아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A씨는 “정인이가 살아 있었더라면 우리 아이와 같은 나이”라며 “언론에서 사건을 접할 때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정인이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추모하러 왔다”고 말했다.
13일 첫 기일을 맞는 정인이를 추모하는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정인이가 묻힌 나무 주변에는 추모객들이 두고 간 꽃이 가득했다. 새 구두와 양말, 머리핀과 간식 등을 곱게 포장해 놓고 간 사람도 있었다.
양평문화예술인네트워크는 지난 6일부터 공원묘원 내 전시관에서 정인이를 추모하는 작품을 모은 ‘아이 展(전)’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전국 각지에서 보낸 추모 편지가 가득했다. 방명록에는 “정인이 보고 싶어서 또 왔어.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맘껏 웃고 뛰어다니며 행복하게 지내”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고재중 전시준비위원장은 “기일이 다가와서인지 많은 분들이 찾는다. 11일 하루에만 70여분이 왔다 갔다”며 “전국에서 수많은 분이 편지나 직접 그린 그림 등을 보내주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정인이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이곳을 찾았다. 태권도 관장 양명모(50)씨는 “태권도 수업 대신 정인이 사건과 아동 인권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교육 차원에서 좋을 것 같아 학부모님들의 허락을 받고 데리고 왔다”며 아이들에게 추모 작품을 보여주고 정인이 사건에 대해 설명해줬다.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에도 정인이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오는 15일 예정된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엄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