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조사한 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곳곳에 남긴 서두른 흔적들을 지적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영장 범죄사실 내용이 정교하지 못한 데다 관련자 직접 조사도 건너 뛰고 서둘러 영장을 청구했다는 분석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변호인 측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곽상도측 직접 조사 생략하고 '50억 뇌물' 기재
검찰은 영장에 곽상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퇴직금 50억원도 뇌물로 기재했다.
곽 의원은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뒤 20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검찰은 김씨가 이런 지위에 있던 곽 의원으로부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수사 무마나 국회 업무 처리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아들에게 50억원을 줬다고 영장에 기재했다.
그러나 김씨가 구체적으로 곽 의원에게서 어떤 편의를 받았는지는 적시하지 못했다. 검찰은 뇌물 수수자 측인 곽 의원 아들이나 곽 의원 본인에 대한 조사도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이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뇌물죄에서 섣부르게 곽 의원 부분까지 영장 혐의 사실에 포함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뇌물 약속 금액 700억 최대치로 늘려 잡아…변호인들 "방어권 차단"
검찰은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700억원을 주고받기로 했다는 부분도 뇌물공여 약속으로 범죄사실에 넣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 체류 중인 남욱 변호사는 전날 JTBC 인터뷰에서 "2019년부터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400억∼700억원을 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언급했다. 당사자들 사이에 정확히 얼마를 주고받기로 했는지 진술들이 엇갈리고, 대질 조사도 없었던 상황에서 최대치를 뇌물공여액으로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로서는 대통령까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면 안 되니까 뇌물액을 최대 수준으로 적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변호인 측은 무엇보다 검찰이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김씨 측은 지난 11일 조사 과정에서 핵심 물증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들려달라고 검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다음 조사 때 녹취록을 직접 들려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검찰은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해 버렸다.
김씨 측은 "이건 검찰이 피의자를 기망한 것"이라며 "자금 추적도 제대로 안 된 것 같은데 청와대 지시가 나온 뒤 곧바로 영장을 청구했다"고 비판했다.
김씨 측은 14일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도 검찰 수사 과정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방어권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김씨 측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어 영장 심사는 장시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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