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1일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발사될 예정이라고 한다. 2013년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에서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지 8년 만이다. 더욱이 1단 로켓을 러시아에서 제공받아 발사한 나로호와 달리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중대형 액체로켓 엔진을 개발해 우리의 힘으로 쏘아올리는 것이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하겠다. 누리호는 중형차 한 대의 무게인 1.5t을 약 고도 700㎞까지 올려보낼 수 있는 로켓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추진력이 필요한데, 누리호의 1단 로켓은 75t급 엔진 4개를 묶어 경차 300대를 한 번에 하늘로 올려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혹자는 이번 누리호 발사를 단순한 이벤트로 치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200t짜리 15층 빌딩만 한 발사체를 고도 700㎞까지 올려보내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지구중력을 이기면서 탈출속도를 넘어서야 하고, 3단 로켓이 정확한 시점에 깨끗하게 분리돼야 하며, 극저온과 초고속을 동시에 견디는 대형 연료 및 산화제 탱크도 필요하다. 이 복잡한 과정을 제어하는 발사체 운용 인프라와 앞으로 몇 년간 우주에서 임무를 수행할 인공위성 기술개발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우주항공기술은 기초과학이 강한 경제적·군사적 선진국이 주도하는 대표적 퍼스트 무버형 기술이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누리호 발사 과정에서 개발한 75t급 엔진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일본, 인도 등 6개국에 불과한데, 이 중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며 인도는 비상임이사국이다. 또한 우주항공기술은 기술적 파급력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가령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나 러닝머신도 우주항공 분야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우주에서 화재 등 안전상의 이유로 불을 사용해 음식물을 조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자파를 이용해 음식물을 데울 필요가 있으며, 무중력 상태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우주인의 근력 유지를 위해 러닝머신 같은 운동장비가 필요하다. 일본의 나사(NASA)라고 할 수 있는 JAXA는 다양한 우주항공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해 기술사업화를 유도했는데,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을 접고 펴는 기술을 지도 제작회사에 이전해 손쉽게 접고 펼 수 있는 지도를 상용화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