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12일(현지시간) 협의를 갖고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서 실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을 거론했으나, 협의 후 미국 측이 낸 보도자료에서 종전선언 관련 내용은 빠졌다.
한·미 양측은 이날 협의에서 한·미 관계가 역사상 최상의 관계라는 데 공감하고 지난 5월 정상회담 이후 코로나19 백신, 기후변화, 신기술, 반도체 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속조치가 착실하게 이행되고 있음을 평가했다고 안보실은 전했다. 이어 “(미측은)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북한과 만나서 협상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그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복해온 입장을 재확인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당국자는 연내 또는 내년 2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아직 시기가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을 결코 이벤트성으로 할 생각이 없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며 “정상회담을 한다면 실효성 있는 내용을 만들어 내야 하고, 그럴 때 정상회담이 논의가 될 수 있고 성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남북 간 비대면 협의가 가능한 화상회의 시스템 등이 갖춰져야 대화가 재개됐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도 했다.
고위 당국자는 “현 정부 입장에선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남북관계나 한반도, 비핵화 상황을 안정화시켜 다음 정부로 넘겨주느냐, 그것이 지금 가장 큰 하나의 목표”라면서 “무리할 생각도 (없고), 서두르지도 않고 상황을 면밀히 보면서 꼭 필요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의 북핵 협의를 위해 러시아로 출국했다. 노 본부장과 모르굴로프 차관은 지난 8월 말 서울에서 만난 지 약 50일 만에 다시 대면 협의를 하게 됐다. 노 본부장은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현재 멈춰 서 있지 않느냐”며 “빠르게 대화 프로세스가 재개되는 것이 필요하고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나라”라며 “남북관계 개선,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