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의 전략환경이 갈수록 요동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미 시작된 강대국 간 지정학적 경쟁 전선이 인도태평양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경쟁을 지속하고 있지만 중요한 차이점 중 하나는 동맹 및 우방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미국 주도의 다자협력체는 국제기구 형태의 대규모·보편적인 다자주의보다는 주로 목표지향적인 소규모 연대의 형태를 띤다. 이미 미국과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다양한 그룹이 등장했다.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의 정보공동체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 중국의 기술 굴기에 맞설 미국·EU 무역기술위원회(TTC) 등 내용과 형태도 다양하다.
이러한 긴장의 상승곡선에 한 획을 더한 것이 지난 9월 호주·영국·미국 3개국이 새로 출범시킨 오커스(AUKUS)다. 쿼드가 공동의 비전 증진과 평화·번영 보장에 헌신하는 생각이 같은 파트너의 유연한 그룹이라면, 오커스는 안보·국방에 중점을 두고 호주를 앞세워 중국의 해양진출을 봉쇄하려는 핵펀치라 할 수 있다. 그럼 오커스 출범 이후 인도태평양의 전략환경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먼저, 아태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물론 역내 군비경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방위성이 제출한 내년도 예산 5조4797억엔(약 58조원)은 상대의 위협 범위 밖에서 타격할 수 있는 스탠드오프 능력 강화, 우주·사이버전 대비 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은 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무력시위와 첨단무기 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0월 초에는 중국 군용기 140여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입하는 무력시위를 했다. 대만을 둘러싼 미·중의 신경전도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군비경쟁은 불가피하게 아태지역의 전반적인 긴장 수준을 높이게 될 것이다. 특히 오커스가 첫 행동으로 호주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미국 비확산정책의 ‘이중잣대’라는 논란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한국처럼 원자력 추진 잠수함 개발을 꿈꾸는 나라로부터는 ‘호주는 되는데 왜 한국은 안 되나’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올 것이다.